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으로 블랙홀 사진을 찍은/합성한 Katie Bouman이 칼텍 Caltec 에서 강연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처리해야 했던 신호가 아주 성기고 아주 잡음이 많았다고 말하는 것은 용케도 알아들었고, 그 표현에 뭔가 시적인 데가 있다고 느꼈다. 과학은 시하고 내통하는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아무거나 아무데나 갖다붙이고 싶어졌다. 당신의 신호는 가물가물하고, 게다가 주변은 시끌시끌하다니! 소주 한 병의 안주 단어로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 듣는 귀가 이제는 없다. 당신에게 내 근황을 말해주겠다. 나는 물리학 책 읽고, 수학 책 일고, 철학 책 읽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다. 심오한 거 읽는 거 아니다. 정적분이나 상대성이론,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뭐 이런 거 읽는다. 벚꽃 구경도 좀 했다. 시집 같은 거 안 사고, 소설도 읽지 않는다. 아이폰에 메모는 곧잘 하는데 따위넷은 잊었다.
애 셋 가운데 두 분은 대학생이 되셨다. 어엿한 거 같지는 않다. 막내는 엊그제 4.16에 제주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