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몽상의 법칙

당신은 최근에 몽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비옵니다. 비옵니다. 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로또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옵시고 다만 꽝에서 구하옵소서. 이거 당첨되면 그 길로 사표 쓰고, 그 길로 공항으로 나가, 그 길로 외국으로 뜨는겨. 떠서는 바람따라 구름따라 실컷 떠돌아 다니는겨. 훨훨~. 야무져서 좋다만 이러는 거 이거 절대 몽상 아니다. 백일몽이다.

하여 내 다시 묻노니, 당신은 최근에 몽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지난 꿈에 ‘나영이’를 만났는데 날 보고 씨익 웃드라. 나 아주 극락왕생 하는 줄 알았다. 이러는 거 이거 절대 몽상 아니다. 병이다. 개꿈이다.

그럼 몽상은 뭘까? 그건 꿈 같은 어떤 것이로되 허황한 백일몽과는 다르고 17대 1로 맞짱 뜨는 개꿈과도 다르다. (물론 이들이 어떻게 다른 지 나는 잘 모른다.) 몽상은 그런 게 아니다. 몽상은 당신이 당신의 파트너를 ─ 그 파트너가 당신의 애인이든 피앙새든 반려자든 웬수탱이든 뭐든 간에 아무튼 그 상대방을 ─ 꿈꾸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꿈은 그립다거나, 만나고 싶다거나, 손잡고 싶다거나, 만지고 싶다거나, 쓰다듬고 싶다거나, 섹스하고 싶다거나 하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일테면 그건 존재와 존재의 정면충돌 같은 것인데, 그렇다고 첫 눈에 스파크가 일어 감전된다거나, 일순 불꽃이 일며 점화된다 거나 하는 건 아니다.

아니다. 솔직해지자. 내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고 자꾸만 중언부언하는 건 몽상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건 확실하다. 연애는 몽상이다. 아니다. 사람을 몽상하는 것이 연애다.

Posted in 연애 불변의 법칙.

4 Comments

  1.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이 말은 당신의 손과 눈과 입술과 가슴…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어떤 것을…
    사랑한다는 뚯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의 지적 능력, 유머감각, 혹은
    예술취향을 사랑한다는 뜻도 아니랍니다…
    내가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모든 것을….
    구현하는, 유일한 존재로서,
    혹은 내가 꿈꾸어왔던 어떤 것과…
    황홀하게 일치하는 존재로서
    당신을 바라보고, 그렇게…
    당신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 말은…
    나의 몽상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
    혹은 나의 몽상이 한낱 헛된 꿈이란 사실이 입증되는 순간,
    미련없이 당신을 떠나겠다는, 냉정한 의지도…
    함께 담고 있답니다…

    그래도 저의 사랑을 받아주시겠습니까?

  2. 쩝. 한참 비몽사몽 간에 몽상을 즐기고 있는데 거디다가 대고 “몽상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을 이야기하다니. 거 취미한번 고약하시우다. 어쨌거나 그것이 ‘연애계’ ─ 연예계가 아니다. ─ 의 냉엄한 현실!

  3. 너의 몽상이 나의 하루하루다. 몽상을 살아내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나의 몽상이 너의 하루하루인것처럼.

  4. 깡패누님, 10년 쯤전에 읽었던 책을 찾아보니 이런 구절이 있네요.

    그러나 꿈꾸면서도 말해야 한다. 저녁의 몽상에서, 촛불 앞에서 꿈꾸면서 몽상가는 과거를 탐닉하고 꾸며진 과거에 빠지는 것이다. 몽상가는 있을 수 있는 것을 꿈꾼다. 그는 그 자신에 반역하여 그렇게 되었어야 할 것, 그가 했어야 할 것을 꿈꾼다.
    몽상의 파도가 흔들거리는 속에서 이러한 자신에의 반역도 가라앉아 가는 것이다. 몽상가는 몽상의 우수, 실제의 추억과 몽상의 추억이 뒤섞이는 우수로 되돌아간다. 거급 말해 두지만 사람들이 타인의 몽상에 감응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뒤섞임 속에서 이다. 촛불의 몽상가는 앞서 산 삶에 관한 위대한 몽상가들, 고독한 삶의 커다란 저장고와 교류하는 것이다.
    ─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의 미학>>,문예출판사, 1995

    이 책말고 한 권이 더 있었는데 지금은 못 찾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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