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논문의 언어는 메타 언어, 말하자면 다른 언어들에 대해서 말하는 언어이다. 어떤 정신분석가가 정신병자에 대해 설명할 때 정신병자들처럼 표현할 수는 없다. 소위 정신병자들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여러분은 ─ 합리적으로 ─ 그 정신병자들은 유일하게 그런 방식으로만 자신을 표현하다고 확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여러분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즉 논문을 쓰지 않고, 여러분의 단절된 욕구를 표명하기 위해 졸업을 거부하고 차라리 기타를 치고 있거나, 아니면 논문을 쓰는 일이다. 이 후자의 경우라면, 여러분은 왜 정신병자의 언어는 <미치광이의> 언어가 아닌가를 모든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비평적 메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 “움베르트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 中에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차라리 기타나 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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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한번 달랑 써본 나로선
논문의 세계가 어떠한지 알길이 없어.
학사학위 논문도 몇개의 논문을 구해
정신없이 짜깁기 했으니까.
내 학번 동기 중 하나는 2년동안
질질질 끌던 박사학위 논문을
최근에야 제출했다고 하더군.
그가 논문 쓰는 동안 가끔 전화하면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지.
논문 때문에 너무 바빠. 정신 없어.
니 논문은 국문학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야
아무리 비꼬아도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논문 때문에 너무 바빠. 정신 없어.
2년 세월 동안 생산활동은 일체 안하고
그렇게 공부만 하고 있는 여유가 부러웠지.
밥 벌어먹느라 너무 바빠. 정신 없어.
라고 부르짓는 나는 아무것도 남긴게 없지만
그는 그래도 떡하니 ‘논문’하나 남겼으니
그래도 그의 인생이 나보다 한결 나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치는데, 알고 보면
남긴다고 인생 뭐 있나? 싶긴 하지만,
그래서 충무로 삐급영화의 대표주자
남기남 감독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도 모르지
“그럼 남기남?” 그래, 남기면 안되는 걸지도 모르지
남기는게 어쩜, 죄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