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너하고는 상관없는, 다른 용무를 가장한, 다른 용무 중(D)이거나
화장실에서 분홍 립스틱 바르느라, 자리 비움(A)이거나
너는 아닌, 맘이 잘 통하는 누군가와, 통화 중(P)이거나
너는 모르는, 알면 큰일 날, 새로 사귄, 딴 남자와, 식사 중(L)이다.
사실은
나는 지금
온라인(O)이지만
기분이 허접하고, 혼자 있고 싶어서,
그냥, 오프라인으로 표시(F)한다.
하여간
나는 지금
대화를 차단한 대화 상대,
하고는 말할 것도 없고
대화를 허용한 대화 상대,
하고도
대화하고 싶지 않다.
좌우지간
나는 지금
온라인(O)이 아닌
다른 어떤 상태이다.
내가
곧 돌아오겠음(E)일 때
내가 영원히 너에게 돌아오지 않는 걸로
해석하면
당신, 앞으로 세상 살면서 큰 망신은 안 당한다.
나는 이제
파일(F)을 눌러
남 주기는 쪼금 아깝지만
너로부터
깨끗하게
영원히
로그아웃(O)하고,
다시
로그인(I)을 눌러
네트워크에 로그인하여
대화 상대 추가(A)…를 누른다.
내 인생에,
너는 아닌,
가능한 한 돈이 많은,
다른 대화 상대를,
꽃 미남을,
근육질을,
결정적으로 유머감각 있는 남자를
추가한다.
그래도 깔끔하게 인사는 해야쥐~~,
잘 가, 내 사랑,
그동안 즐거웠어.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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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따위넷이 제로보드를 쓰던 시절에 쓴 것입니다.
이번에 새 서버로 이사 오면서 제로보드는 물론
그곳에 있던 데이타까지 다 놓구 왔지요. 다른 건 전혀 아깝지 않으나
이건 무슨 미련으로 새 따위넷에 임플란트해 놓구 싶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