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너무 많은 커피믹스를 내 몸과 믹스했나 보다. 잠이 안 온다. 잠도 안 오는데 명상이나 해보자. 요즘 나는 ‘100%의 나’가 아닌 것 같다. ‘나 아닌 뭔가’가 ‘나’와 잔뜩 믹스되어 있는 거 같다. 커피믹스에는 커피 말구 프림도 들어있구 설탕도 들어 있는데 그냥 커피믹스라고 부르니 ‘나 아닌 뭔가가 잔뜩 들어 있는 나’를 그냥 ‘나’로 불러도 시비걸 놈은 없겠지. 어느 날 설탕 조절이 마음대로 된다는 커피 믹스가 나와 설탕 조절이 마음대로 안 되는 커피 믹스가 졸지에 찬밥 신세가 되어 버렸다. 나도 이처럼 어느 날 신세 조지기 전에 하루 빨리 ‘뭔가를 내 맘대로 조절하는 나’를 만들어야 겠다. 명상은 끝났다. 그러나 오늘 밤의 명상도 결국 실패다. 순수한 명상에다가 불순한 결심을 믹스했기 때문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뭔가가 잔뜩 믹스된 인간인가 보다. 에라, 잠이나 자자.
몸은 내 것인데 통제할 수가 없고,
내 안에 사는 놈들은 제 실속 차리느라 전쟁을 치르고,
아귀다툼 끝에 남은 것이라고는 ‘허무함’ 뿐이니..
‘뭔가를 내 맘대로 조절하는 나’, 가 될 수 있다면..
뭉칫돈을 주고라도 사들일 수 있다면..
아…이럴 때 토끼같은 자식이라도 있다면,
내 이리도 허탈하지 않을 것을..
중독님. 토끼같은 자식 있으면 허탈하지 아니하실지는 몰라도 음, 뭐랄까 “환장하실” 일이 좀 있을텐데요. 말썽 피는 토끼들은 소리질러 제압해야 하니 목청도 좋아야하고, 배고픈 토끼는 끼니 챙겨주어야 하고, 기침하는 토끼는 병원데려가야 하고, 소파에서 마루로 떨어져 턱 까진 토끼는 약바르고 밴드 붙여주어야 하고, 껌 씹다가 차 바닥에 뱉어 버린 껌 주워서 버려야 하고, 공룡박물관 가자는 토끼는 다음에 가자구 살살 달래야 하고, 뭐 만든다고 종이 달라 가위 달라 테이프 달라는 토끼 말 들어주어야 하고, 휴~ 이게 다 오늘 오전 아침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일들이라구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