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쑤시개론

직원 몇 명이 일과 후 소회의실에 모여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영어를 배우던 때가 있었다. 물론 강사초빙료는 회사가 댔다. 우리는 그저 영어만 배우면 됐다. Do I make myself clear? 아무려나 어느 날 어버버버한 수업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회식을 하러갔다. 회식자리에서 무슨 얘기 끝에 나는 장난삼아 이쑤시개를 뽑아 네이티브 스피커를 찌르려고 했다. 그는 기겁을 했다.

그날 내가 그 띨빡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하려던 얘기는 이렇다. 어떤 이에게 이쑤시개에 찔리면 따갑다고 말해주는 것과 그에게 이쑤시개에 찔린 따가움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이건 평소 내 지론이기도 하다. 입 닥치고 이쑤시개로 찌르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만약 술자리에서 내 반경 1m 안에 앉게 된다면 당신은 날 경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언제 미친 척하고 당신을 이쑤시개로 잽싸게 찌를지 모르는 일이니.

물론 내 카메라는 그 흔한 이쑤시개보다 못하다. 그러니 바르트가 말한 푼크툼punctum은 나에겐 기약없는 일일 터. 아무려나 내 사랑하는 이여, 오늘 아침에 내가 찔린 안개로 당신을 푹 찌를 수만 있다면. 오, 신이시여.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 불쌍한 따위에게 이쑤시개 열통만 선물하소서. 아무튼 이 글의 결론: 이쑤시개에 찔리면 따갑다.

p.s.
어떤 비싸게 굴던 사이트 회원가입기념으루다가 함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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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이쑤시개와 풍크툼이라…
    의식하고 찌르면 풍크툼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요는 그러니까 열심히 찍는 수 밖에 없다는 거…
    찍는다는 행위를 자기의 우선적인
    태도로 두어야 한다는 것…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술 한잔 걸치고
    이상한 사설을 늘어놓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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