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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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50mm 1:1.4f, ILFORD DELTA 400

Posted in 블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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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년시절.. 제게도, 그 또래에게 어울리는 보물1호가 있었습니다.
    ‘바비인형’의 제1세대라 할 수 있는 “마론인형”이 그것이었는데요.
    어느날.. 세 살 터울인 오빠와의 대란 끝에,
    그녀는 가냘픈 목덜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가벼운 실금에 불과했으나..
    저의 총애를 받을수록, 그녀의 목덜미는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급기야.. 중죄를 지은 죄인마냥,
    그녀의 모가지는 신체에서 완전히 분리되고야 말았죠.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꾸려가시던 어머니는
    임시방편으로 ‘스카치테잎’으로 칭칭 동여매주셨지만..
    저는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미마냥, 분리된 마론인형의 두 조각을
    작은 가슴으로 꼬옥 끌어안으며 참 많이 울었더랬지요..
    그때 오열하는 제 모습에 어머니는 무척 가슴아파하시는 눈치였습니다.
    덕분에, 그날 저녁식탁에서 반찬투정을 부리던 오빠는
    벼드던 어머니의 손에 붙들여 총채로 한껏 두들겨맞아야 했죠.
    눈물 쏙빠지게 얻어터지는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린 제 마음의 사무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상황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그 뒤로, 인형놀이를 하는 내내 그녀의 모가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저는 고난위도의 기술을 터득해야 했고..
    그런 제모습이 궁색해보였던지,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친구들과의 인형놀이에서 배제를 당하는 1순위,
    소위 “왕따”의 대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참 서럽대요? -.-;;;
    갈수록 의기소침해지는 저의 모습을 꿰고 계시면서도
    짠~!하고 새 인형을 내밀지 못하시던 어머니..
    그런 악몽같은 시간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학교를 파한 후 친구 서너명과 교문을 빠져나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마대를 펼쳐놓은 채 마론인형의 옷가지들을 팔고계셨습니다.
    친구들은 꼬깃꼬깃 꼬불쳐둔 용돈을 주저없이 꺼내들고는
    너도나도 더 예쁜 것으로 고르기 위해 열을 올렸습니다.
    당시, 제 주머니에도 어느정도 용돈이 있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죠.
    새옷을 사더라도 뽀나구나게 입혀볼만한 인형이 없었으니까요..
    그녀의 목부상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어린마음에도 참 참담했습니다. 친구들을 뒤로한 채
    저는 축처진 어깨를 하고는 집으로 발길을 옮겨야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안에서 “zakang이니?”..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순간, 꾹꾹 눌러참았던 설움이 한순간에 폭발하는듯 했습니다.
    결국, 그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터트리고야 말았죠.
    그런 제 마음을 달래보시겠다고 찬밥을 물에 말아
    김치를 올려 먹여주시던 어머니..
    그날 저는, 물에 밥을 말아먹은 것인지, 눈물에 밥을 말아먹은 것인지
    아직도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저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대략 한달즈음이 지나, 저는 ‘똥배쟁이 산타할배’로부터
    업그레이드 된 새 마론인형을 선물받았습니다.
    이제 다시, 친구들과의 인형놀이에서 ‘왕초’노릇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팬티엄 I급 인형’을 소유한 친구들 앞에서,
    나의 ‘패트리어트형 인형’을 한껏 으시댈 수 있다는 자심감..
    어린시절에도 1초 비례 저의 잔머리 단수는 수준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날 아침, 두손으로 새 인형을 고이 감싸쥔 채
    얼마나 깡총깡총 뛰어댔던지 원..

    매년 12월 24일만 되면, 황량한 겨울거리에 참 많은 어른들이 쏟아져나오죠?
    우리 모두에게 ‘크리스마스’가 주는 의미는 분명 특별한 듯합니다.
    하물며, 이 세상 모든 아해들에게는 오죽하겠습니까..그죠?
    일년에 단 하루 찾아오는 아주 특별한 날,
    ‘올 크리스마스’에..나우언니와 기엽오빠, 그리고 막둥이 기언오빠에게..
    잊지 못한 추억 하나쯤.. 꼬옥 만들어주세요, 따위아바님~~네?!?

    추가로.. 따위님 가정에 이 세상 최고의 원앙금술과, 따뜻한 평화로..
    올 크리스마스, “대홍수”를 경험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요~~!!

    “Merry Christmas~~!” 휘리릭~~~

  2. 세상에나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세상 나빠요.

    어제 저녁, 울 싸모님께서 밀가루 사오라고 해서 마트에 갔습니다. 나우와 엽이가 쪼르르 따라나서더라구요. 시즌이 시즌이니 만큼 마트에 가면 아이들 눈 현혹시킬 온갖 잡다한 물건 많을테니 조심해야지, 하고 굳게 결심을 하였습니다. 마트에 도착해서는, 곧장 무빙 워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직원에서 물어보고서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리고 곰표 밀가루 다목적용 3kg 짜리를 하나 샀지요.

    다음, 나우가 유치원에서 과자파티 한다구 하야, 과자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사야 한다구 해서 과자 코너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가서 니들 맘대로 골라봐, 큰 소리를 쳤건만 쪼잔한 넘덜, 고작 250원 짜리 뭐 이런 거 고르더라구요. 음, 녀석들, 정말 마음에 드는군, 하였지요.

    이제, 집에 가려고 다시 무빙 워크를 타고 올라와 계산대로 향하다가, 허걱, 저는 알았습니다. 마트 직원들이 저보다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무빙워크에서 계산대까지 이어지는 통로에 세상 온갖 로보트와 인형과 탑블레이드와…또 온갖 알록달록한 상품들이 이따만큼 진열이 되어있더군요.

    마음 약해지면 안된다. 저는 눈이 번떡 뜨인 아이들을 나 몰라라, 하며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이들, 할 수 없이 아빠를 따라왔슴다. 그때였슴다. 전화기가 주머니속에서 몸부림을 쳐서 꺼내 받아보니 싸모님 이셨슴다. “야야, 니 가서 빨래비누도 좀 사온나.” “예.” 이게 뭡니까.

    하여 다시 무빙워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아까 그 직원에게 가서는 빨래비누는 어디 있게요?, 한 다음 빨래비누 코너로 가서 무궁화 빨래비누 4장 사서는 다시 무빙워크를 타고 1층으로 올라와서는 우우, 다시 그 마의 선물 통로를 지나야 했슴다.

    아이들, 입 벌어지는 소리, 아이들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슴다. 나 몰라라 걸음을 채촉했슴다. 조금만 가면 돼. 조금 만 더. 드디어 계산대 까지 와서 밀가루와 빨래비누와 과자를 얹어 놓고 보니, 허걱. 옆에 있어야할 기엽이가 없었슴다. “나우야, 엽이 어딨어?” “엽이? 어, 없네.”

    부랴 부랴 온 길을 되짚어 갔더니, 울 금쪽 같은 엽이가 로보트 박스 앞 기둥 밑에서 훌쩍거리고 있었슴다.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얘, 너 왜 우니? 엄마 잃어버렸니?” 하고 있는 것이었슴다. “기엽아!” 제가 큰 소리로 불렀더니 아이가 쪼르르 달려옵니다.

    그래, 계산하고 집에 왔슴다. 그냥 로보트 하나 사줄 걸, 하마터면 아이 잃어버릴 뻔 했슴다. 그러나 로보트 안사주었슴다. 로보트 넘 비싸요. 세상 나빠요. 그래도 뭐 오늘 유치원에서 산타할아버지를 가장한 어떤 아저씨가 자기가 주는 척하면서 엄마가 미리 사서 유치원에 가져다 준 선물을 기엽이에게 줄 것이니.

    대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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