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마음에 몰핀주사를 놓아주지 않겠는가?

1.
방심했다. 방심의 대가는 크다. 몸으로 때우고 있다.
마음이 범한 잘못을 몸이 속죄하고 있다. 대속이다.
늘 그렇다. 사고는 마음이 치고 뒷감당은 몸이 한다.
내 몸은 제 안에 깃든 내 마음이 싫겠다.

2.
고작 몇cc의 약물에 몸이 견딜만해졌다.

3.
<라이언 일병 구하기>: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 군의관은 총맞아 고통당하고 있는
병사들을 차례대로 살펴보며 어떤 병사 앞에서 옆에 따르는 위생병에게 말했다.
“몰핀” 가망없으니 고통이나 덜어주라는 뜻이다.

4.
비록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은 두고 가겠다는 말,
내가 하면 진심이고 상대방이 하면 사기다.

5.
새벽에 깨어나 어둠 속에 자리한 마음이 괴롭다.
몸? 그딴 건 아무래도 괜찮다,
는 생각이 든다. 아직 덜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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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에 몰핀…가망없으니 몰핀으로 마음의 고통이나 덜자구요??
    그냥 버려버려요.

  2. 흐흐흐. 구름이님의 처방은 매정하기도 하지.

    며느리가 미우면 발뒷굼치도 밉더라구
    누군가가 내가 하는 말마다 곡해하고 오해하고 그러네.
    그냥 내버려두고는 있는데,
    것도 자꾸 그러니 나름 상처가 되는군.

    “그냥 버려버”리는 건 한 사람에게서 로그아웃해 버리는 건데.
    그걸 안하려고 몰핀이라도 찾으며 버티고 있는 중인데
    얼마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3. 누가 내 몸에 포도당 주사를 놓아주지 않겠는가

    따위님은 의사도 권하는 걸 마다했다지만
    언젠가부터 제 몸 챙기기에 급급한 넝꾸는 제 발로 기어가 영양주사 맞겠다고…
    진단도 처방도 필요없으니 영양주사나 한대 놔달라고 우깁니다.
    환자 대기실 같은 곳에 누워서
    간호사들 또각거리면서 걷는 소리 들으면서
    혈관에 주사액이 스멀스멀 스며드는 걸 느끼면서
    두어 시간 누워서 곤한 잠에 빠질 때의 황홀하고 평온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잠 자고 나서 주사호스로 빨려나온 내 피를 보는 기분도 황홀합니다.
    요새는 살아보겠다고 한약봉지 남은 한방울까지 쪽쪽 빨아마십니다.
    이 놈의 약을 먹고난 뒤로는 똥냄새가 독해져서
    미리 칙칙이를 뿌려둬야하지만 몸에 좋다면
    뭐든 먹을 각오가 돼있습니다.
    마음에 몰핀..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할수만 있다면 포도당 액을 팩에 담아 카프리썬처럼
    빨아먹고 싶습니다.
    누가 내 몸에 포도당을 주입해주지 않겠는가.
    하나 가득. 만땅으로.

  4. 이 포스트 마지막에
    “몸? 그딴 건 아무래도 괜찮다,
    는 생각이 든다. 아직 덜 아픈 것이다.”
    라고 썼지요.

    저 구절 사실은 스스로를 경멸하면서 쓴 건데 본의는 아니시겠지만 바로 택클 들어오시는 군요. 맞습니다.
    진짜 몸이 아프면 “마음에 몰핀”이니 뭐니 하며 배부른 비유 따위를 할 수도 없지요.

    링거병에서 아주아주 지겹도록 천천히 어떤 때는 붉은 피가, 어떤 때는 이름도 모르는 노란 액체가, 어떤 때는 포도당이 제가 아는 이의 혈관으로 흘러들어가는 걸 꽤 오래 지켜보아야 했었적이 있습니다.

    드디어는 링거액이 다 떨어져서는, 링거병에서 혈관에 연결된 투명한 파이프에 남은 액체마저 혈관으로 다 흘러들며 그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 행여 혈관에 공기 방울 들어갈까 싶어 조바심을 내며 튜브를 잠그기도 여러번 했었지요. 간호사들은 늘 늦게 나타났습니다.

    또, 한 달에 한 번 씩 머리카락이 다빠져버리게 만드는 독한 항암주사를 맞으러 가는 “환자”를 에스코트해서 병원에 다니기도 했지요. 한 번은 항암주사만 전문으로 놓아주는 50대 아줌마 간호사가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금속성 주사바늘로 몇번이나 환자의 손을 찌르는 걸 보면서도 속으로 차라리 나를 찔러라,한 적도 있습니다.

    암튼, 그런 기억이 유독 링거 맞는 걸 싫게 만드는군요. 아직 덜 아파서 그렇겠지만요.

    아, 몇년 전에는 신입사원과 함께 회식을 하는데 처음에는 술을 못마신다고 하더니 몇 잔 마시자 아주 폭음을 하더군요. 속으로 이 놈아가 술 못마신다는 거 뻥이었군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에 수위아저씨가 와서는 니네 회사 사람 같은 데 저기 비상계단에 쓰러져서 다 죽어 가더라, 하더군요.

    가보니 그 신입사원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해서 다른 직원시켜서 가까운 병원데 데려가 혈관에 포도당 때려 넣으라 했습지요. 윗분들 모르게 조심하면서 말입죠.

    나중에 알아보니 간이 알콜을 분해 하는 건 가수분해 하는 거구, 그때 포도당도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술 마시고 나면 갈증이 난다는…

    뭐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픈 건 젖산이라는 물질이 쌓여서 그런건데 그때도 포도당이 있어야 한다는 군요.

    포도당 액 만큼은 못하겠지만, 포도주스라도 많이 드세요. 거기 포도당 많아요. 진짜예요. 탄산 섞은 거 말구 원액주스 있거든요. 웰치스Welch’s나 뭐 이런 거. 집안에 우환이 있을 수록 내몸은 내가 챙겨야 하거든요. 힘내셔요.

  5. 버리라…는건 뜬구름이 처방이 아닙니다.
    가까운 이가 경험한 바, 모 수련기관에서
    다 비우라…는 의미루다 버리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맘의 병, 몸의 병이 낫는다하네요. 믿거나 말거나…

  6. 구름이님, 명심하겠소이다.
    문득 “한계령”이 듣고 싶어지는군.
    따위넷은 음악은 취급하지 아니 하니 가사만.

    *****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버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7. 아, 그리고 이 포스트의 제목은 천상병의 “내 집” 이라는 시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렇습니다.

    ****
    내 집

    누가 나에게 집을 사 주지 않겠는가? 하늘을 우러러 목터
    지게 외친다. 들려다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 나는 결혼
    식을 몇 주 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
    가? 천상의 하나님은 미소로 들을 게다. 불란서의 아르투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짤막한 신문광고를 냈다.
    가 나를 남쪽 나라로 데려가지 않겠는가.
    어떤 선장이 이것
    을 보고, 쾌히 상선에 실어 남쪽 나라로 실어 주었다. 그러
    니 거인처럼 부르짖는다. 집은 보물이다. 전세계가 허물어져
    도 내 집은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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