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그람시(지음), 린 로너(엮음), 양희정(옮김), <<감옥에서 보낸 편지>>, 민음사, 2000 1판 1쇄, 2004 1판 8쇄.
*아래의 모든 글은 다 책에서 인용한 것이며, 볼드체는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람시가 체포된 1926년 11월 8일은 그의 생애의 마지막 시기가 시작되는 기점이었다. 당시 그람시는 35세에 불과했고, 정치 활동으로 인해 완전히 지쳐있었다. 5피트도 채 되지 않는 키, 구부러진 등뼈, 커다란 사자머리, 금속빛의 푸른 눈을 가진 이 허약한 몸을 이끌어온 것은 순전히 의지력이었다.
1927년 2월 다시는 나오지 못할 감옥으로 들어갈 당시 그람시에게 정치 세계는 어떻게 보였을까? 그람시는 자신이 석방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한번도 드러내놓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갖고 있던 그람시는 파시즘이 순간적인 일탈도 아니며, 또 자유주의 경제가 곧 무너뜨릴 수 있는 급조된 건물도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수 많은 반파시즘 세력들은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는 파시즘이 이탈리아 사회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광범위한 세력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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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것 자체가 육체적인 고통입니다. 형편없이 작은 데다 긁히는 소리까지 나는 펜을 지급받았는데, 그 때문에 글쓰기의 기계적인 측면들에 지나칠 정도의 주의를 하게 됩니다. 나는 만년필이 허용될 거라고 믿었고, 바로 그 근거에서 이미 말한 그런 연구들을 집필하겠다고 결심한 것이었어요. 그러나 나는 허락을 받지 못했고, 떼쓰기는 너무 싫습니다.(192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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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많은 죄수들은 자기네 교도소 도서관들을 과소평가하지. 물론 모든 교소도 도서관들은 일관성이 없어. 책들은 아무렇게나 수집되어 있어. 이전 죄수들이나 또는 출판사들이 팔고 남은 책들을 갖고 있던 후원자들의 기증으로 모여진 것들이지. 또한 기도서들과 나쁜 소설들이 항상 수북이 있다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범은 돌에서 피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네. 책을 읽을 때 마음속에 어떤 목적을 둔다는 것, 그리고 메모를 한다는 것(즉, 글을 써도 되다는 허가를 받는다면 말입니다.)은 속임수야.(1929.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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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줄리아,
내가 보다 자주 편지를 쓸 수 있다고 누가 말했소? 그건 사실이 아니라오. 한달에 오로지 두 통의 편지만이 내게 허용되어 있고,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 특별히 한 통씩 더 쓸 수 있을 뿐이오.(192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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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야단쳐서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그건 필요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에게, 편지 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른 모든 관계를 일체 끊어버리는 것과 같은 심한 조치를 다시 취해야 했을 겁니다. 나는 당신에게 몇 번이고 나의 전반적인 조건이나 현재의 위치에 관한 어떤 일도, 먼저 내게 의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추진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나는 왜 당신이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192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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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의 도덕적 힘들의 근원이 자기 안에 있다 — 자기 자신의 활력과 의지, 목적과 수단의 긴밀한 결합 — 는 확신을 갖고 결코 좌절하지 말고, 결코 통속적이고 진부한 기분이나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의 마음 상태는 이 두 가지 감정을 모두 종합하고 그것들을 넘어서고 있지.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란다. 어떤 상황이건 나는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데 내가 비축해 놓은 의지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단다. 나는 절대로 환상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일도 없어.(192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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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2월 22일
투리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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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말해, 크로체의 역사적-정치적 작업은 정치에서 <헤게모니>, 합의와 문화적 지도력의 단계로 정의되는 것만을 강조하며, 그것은 입법 권력 또는 행정 권력을 통해 행사되든지 또는 경찰력 개입을 통해 표출되든지 간에 강권력 단계와는 구별되는 것입니다.(19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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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바다로 가서 아주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다는 얘길 들었다. 그 아름다움에 대해 아빠에게 편지를 써주면 좋겠구나. 뭔가 새로운 생물체를 발견했니? 바닷가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지. 작은 게, 해파리, 불가사리 같은 것들 말이다. 오래전에 아빠가 어렸을 때 알고 있었던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몇 편 써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 지금 네게 한 두가지를 들려주마. (193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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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쯤 미쳐 있는 상태고, 완전히 미칠까 봐 두렵습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을 주의 깊게 들어줘요. 그것이 내가 완전히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테니까요. (1) 이 편지를 받는 즉시 교도소측이 우리의 면회를 허가할 것인지를 알아보세요. 나는 당신에게 지체말고 로마로 떠나라고 부탁할 것이고 그들은 보통 마지막 면회는 허락하니까 우리가 만나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2) 그들이 거부하면 당장 로마로 떠나세요. 당신의 로마행을 막는 어떤 것도 개의치 마세요. 당신은 내가 가능한 한 빨리 투리 교도소에서 전문의들이 있는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어야 한다는 것을 긴급히 소호해야 합니다. 교도소 병원의 전문의들이 나를 정확하게 진찰할 수 있고, 나의 폐를 X-선으로 찍어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이지요.
나의 관심사는 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이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19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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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델리오,
너의 편지들은 그동안 줄곧 점점 더 짧아지고 정형화되어 가고 있구나. 아빠는 네가 보다 길고 재미있는 편지를 쓸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놀러 나가기 직전 막판에 급하게 쓸 필요가 없단다. 그렇지? 아빠가 너의 편지를 읽고 네가 자기 앵무새의 운명과 시시한 책들을 읽는 데만 관심이 있는 어리석은 꼬마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네 나이에 가장 어려운 일들 가운데 하나는 책상에 앉아 자기 생각들을 정리하고(또는 생각하고) 그걸 일정한 문체로 쓰는 일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종종 이것은 직업적인 자격을 가지기를 원하는 노동자의 도제살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고, 네 나이에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란다. 큰 포옹을 보낸다.
1936년 6월 16일
로마 퀴시사나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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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동안 너는 아주 짧게 재미없는 것들에 대해 편지를 썼어. 왜지? 좀더 긴 편지를 써다오. 키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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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퀴시나사 병원에서 1937년 4월 27일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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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작이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자 심한 구토가 다시 시작되었고, 그의 호흡은 극도로 힘들어졌습니다. 저는 내내 그를 지켜보았어요. 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서요. 그의 입술을 적셔주고 그의 숨이 멈출 것같이 보일 때 그가 인공적으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으로 깊은 숨을 쉬고는 결코 바뀌지 않을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제가 의사를 부르자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저의 두려움을 확인해 주었지요. 그때 시간은 27일 새벽 4시 10분이었습니다. 5시 15분에 누이들은 시신을 영안실로 가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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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독기
선한 자는 불우하다.
요즘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문장.
문장이 맴돌다니 좋겠소.
나는 문장이 되지 못한 불행한 단어들만 달그락거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