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말

공원을 산책하는 데 어디선가, 어떤, 모르는, 초로의, 아낙이 불시에 나타나며 여기 이런 게 있었어! 한다 돌아보니 주위에는 그이와 나밖에 없다 나는 그 소리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싶어 순간 의아하다 순간 모르셨어요? 하는 대꾸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삐져나올 뻔 했다 그러나 그건 그이의 혼자말이다 누구더러 들어달라는 소리가 아니라 그저 저도 모르게 저절로 삐져나온 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혼자 있으면 혼자말도 안 하게 되는 게 사람이다 아낙은 벌써 저만치 가버렸는 데 나는 그이의 혼자말이 새삼 쓸쓸하다 나는 입술을 움직여 혼자말을 해본다 가령, 오늘 밤에도 혼자말이 바람에 스치운다, 라고 해본다 그러나 이건 영 혼자말 같지 않다 나는 다시 정직하게 혼자말을 한다 미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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