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 비행기가 식탁 위의 하늘을 자랑스럽게 선회비행하고 있다.
보라. 프로펠라가 용맹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알흠답지 않은가.
비행을 마친 날림 비행기가 식탁위의 하늘에 자랑스럽게,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처량하게 매달려 있다.
<재료>
비행기 날개: 음료수 캔을 가위로 오리고 대충 접어서 씀.
비행기 몸통: 교보에서 파는 1,000원에 세 개 들이 형광 목걸이 포장용 플라스틱을 사용.
프로펠러: 교보에서 파는 500원 짜리 연필에서 뜯음.
모터와 스위치: 나우 장난감 중 어린이 치과 놀이 세트에서 뺌.
빨래 집게: 스위치를 ON 시킬 때 씀.
건전지 끼는 것: 지금은 쓰지 않는 소형 녹음기를 부수어서 씀.
전선: 아무거나 잘라서 씀.
나무 막대기: 비행기를 매달아 뱅뱅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씀.
녹차 깡통: 비행기 반대 쪽에 무게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서 씀.
도미노 조각: 녹차 깡통에 넣어 무게를 조절하기 위해서 씀.
식탁 위 조명에 매달린 철선: 미술관에서 그림 벽에 걸 때 사용하는 것을 아쉬운 대로 씀.
찍찍이와 클립: 프로펠러는 모터축에 고정시키고, 비행기를 나무막대에 매다는 데 씀.
건전지: 디카에 넣었던 것을 빼서 씀.
<제작 방법>
대충 만듬.
<필요 공구>
이것 저것.
이상. 책임 돌팔이 엔지니어. 따위
…아빠의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군요…
술잔만 기울일 줄 알았던 따위님의 손이
저런 울트라 캡숑 판타스틱 에어플레인을
빚어낼 줄이야…
아빠의 길을 같이 걷고 있는 후배로서
경이로울 따위입니다
그렇지.
아빠의 길 거의 비포장 도로지.
형극의 길이고,
가시밭 길이고,
가도가도 끝없는 길이고,
길 없는 길이지.
그나저나 오래 못봤으니
만나면 그저 반가울 따위이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