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 모르고 살았다

오늘 나는 어느 숲속에 갔다 나무마다 느티나무라고 씌어진 기념식수 팻말 하나씩을 착용하고 있었다 고양이마다 고양이라고 씌어진 목걸이를 매달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순간 피식 웃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조금도 웃을 일이 아니었다

그래 네가 그 유명한 느티나무구나 그런데 나는 개체의 이름은 커녕 네 종족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못했구나 이제부터 너를 보면, 너네 동족을 보면 그냥 나무라고 하지 않고 꼭, 꼭, 느티나무라고 불러줄게

생각해보면 나는 목련꽃이 지자 목련을 알아보지 못했고 벚꽃이 지자 벚나무를 까맣게 잊었다 당신이 지자 당신도 당신의 가시도 당신의 이름도 다 잊었다 나는 여태 내 사랑의 이름도 모르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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