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그림

 

 

 

“그림을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만일 우리 아버지가 대장장이고 당신 아버지가 지체 높은 귀족이라면, 우리는 서로에게 그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말을 함으로써 액자에서 뛰쳐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지나가다가 말굽을 들고 대장간 문간에 기대 서 있는 나를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아!”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고개를 숙여 보일 것처럼 자동차 안에 아주 편안하게 앉아 있는 당신을 보면, 사치스러운 귀족주의 시절의 영국을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생각은 그릇된 것이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버지니아 울프, <세 폭의 그림>

 
2006년 11월,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 어느 삶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 앞을 지나온 중년의 여인이 남편으로 보이는 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쓰레기인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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