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남편

봄날, 삶의 기억이 아무렇게나 으깨지고 있다
이 폐허가 된 기억을 쌓으려고 나는 살았는가
내게도 바람과 통정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 시절은 오랜 지병과도 같다
나는 바람의 전남편이다
불어라 나는 이제 늙어 기억의 야적장이 되었다
불어라 바람이여 나의 창녀 나의 전처여
나는 바람도 의미도 품을 수 없는 거미줄이었다
오늘은 날이 좋으니 기억이나 빨아 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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