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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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罪 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者들도
이유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 문지 시인선 7, 신대철 <<무인도를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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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50mm 1.4f, ILFORD DELTA 400, Self-Development

가을, 미술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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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50mm 1.4f, ILFORD DELTA 400, Self-Development

첫 자가현상 필름을 스캔한 것입니다.
현상,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보구 그냥 무작정했습니다.
북한강가에 있는 가일미술관에서 찍은 것입니다.

가을, 버스 정류장에서

딸아이가 내 비만의 본체에 올라타 쿵쾅거리며 나를 부팅하는 아침 마음이여, 다시 켜졌구나 지난 밤에도 나는 어딘가로 누군가에게로 치달았을 것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서로 딴 생각하며,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버스를 기다리는 가을 아침의 정류장에도 지난 밤 내 마음의 갈대밭에 불던 쓸쓸한 바람이 불고 은행나무에서 졸속으로 터져 나온 낙엽들, 차들이 지나가며 일으킨 파장 속으로 붕 떠올랐다가 도로 양 사이드 경계석 밑으로 밀려나며 착지한다 생각해 보니 오직 나로만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걸 나는 너무 오랫동안 끔찍해했구나 언제든 어디서든 바람이 저 혼자 이리저리 부는 게 오류가 아니듯 내가 나로 사는 게 오류가 아니기를 수천 RPM의 자의식으로 기원하는 아침, 저기 버스가 온다 나를 신촌으로 실어갈 버스가 온다 나는 이 정류장에 나를 남겨두고 저 버스를 타고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