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밤마다 운동을 하는 공원의 약수터에는
딱 두 부류의 사람이 온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 생각은 안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당연하게도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짧게 사용해야 하고
남이 틀어놓고 그냥 간 수도꼭지도 잠가야한다.
남이 튕기는 물도 맞아야하고
누군가가 데리고 나온 개가 다리를 혓바닥으로 핥아도 꾹 참아야 한다.
사용중에는 불쑥불쑥 말도 없이 끼어드는 손길들을 참아내야 한다.
비 오듯 땀 흘리고 약수터 갔다가 예의 없는 짓을 두 번씩이나 당하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절망스러워졌다. 아직 멀었다.
악다구니 쓰지 않으면 물 한 모금 마시기도 힘이 드니……쩝
하여간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약수터에서는 뭘해도 욕먹기 십상이다.
내가 뭘하는 동안 다른 사람은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