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많은 눈이 내렸다 세상의 길들이 빠른 속도로 두절되어 갔다 삽시간에 하늘을 뒤덮은 눈송이들 사이로 서로 안부를 묻거나 감정을 전하는 전파들이 부리나케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나도 공연스레 핸드폰을 꺼내 ‘지금 여기’에서 ‘지금 거기’를 향하여 단축키를 길게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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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2일
슬프다. 일어나자.
화이트 아웃
자, 이 상태에서 내 의식을 포착하고 있는 카메라 천천히 화이트 아웃! 컷! |
이번에는 축출하는 엔트리라는 이름으로 하나 더
머리 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덜그럭거리고, 가슴 속에 이렇게 많은 느낌들이 질척거리는데 단 한 마디도 말할 수 없고 쓸 수 없고 그릴 수 없고 노래할 수 없다. 시간낭비하는 독서습관을 멈추어야겠다. 다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책을 사지 않겠다. 집에 있는 책을 다 다시 한 번 읽을 때까지는. 문제는 그러나 이 결심은 별로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걸 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 |
또, 밀어내기 엔트리 하나
어제, 지상에 의해 강제소환 당했던 눈들이 녹으며, 지상의 더러움이 그 몸에 잔뜩 묻어 꼴보기 싫어지듯, 나는 도무지 내꼴이 꼴보기 싫어진 것이다. 뚱뚱해진 내 육체의 생김새와 긴장감을 잃어버린 정신의 생김새가 모두 그러하다. 이건 자학도 아니고, 연민도 아니다. 사실이다. 가치판단이 아니고 사실판단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긴장하라. 극도로 긴장하라. 팽팽하게, 팽팽하게, 예민하게, 살짝만 건드려도 터지게, 터져 버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