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아내의 문자를 받았다.
“언제 와?”
나는, 아, 자나깨나 오로지 나만을 애정하시는 곱디고우신 나의 아내님께서 이적지 아니 주무시고 이 미천한 남편을 기다리고 계시는구나. 포 더 피스 오브 올 맨카인드, 얼른 집에 가야겠다, 고 생각하고, 마시던 술을 계속 마셨다. 대화는 즐거워. 집에 가면 또 죽겠구나.
술자리를 파하고 장마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 어느 거리에 한 사내를 쓸쓸하게 남겨두고 축지법을 시전해 가면서 오백리 길을 걸어 집에 도착하니 아내님은 주무시고 계시었다. 나는 샤워하고 자야지 생각하고, 샤워 안 하고 그냥 잤다.
아침이다. 간밤에 별일 없었겠지. 습관처럼 아이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러다가 어제 밤에 아내가 보냈던 문자를 다시 보고 크게 좌절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아이패드 언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