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유감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만 하더라도 영국에는 “창문세The tax on windows”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창문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환기를 목적으로 벽에 구멍만 뚫어도 ‘얄짤없이’ 창문으로 계산되었다고 하니 제법 악랄했던 모양이다. 없는 사람 집은 자연 어두컴컴할 수밖에. 그랬단다.

종일아, 술은 그만 마시고 이 프로그램이나 봐라.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버렸다.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뇌를 빨리는 게 싫기도 하거니와 마침 고장이 났던 까닭이다. 다행히―어쩌면 불행히도―집에는 텔레비전 한 대가 아직 남아 있다. 14인치니 딱 내 얼굴 크기만 하다. 이 작은 텔레비전으로 아이들에게 DVD를 틀어준다. 아내가 가끔 CSI 수사대나 심야 영화를 보기도 한다. 나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일요일 오전 10시에 하는 <퀴즈 대한민국>만 본다. 텔레비전 안 봐도 불편한 거 별로 모르겠다. 예쁜 여자들 얼굴을 자주 못 보니 그거 하나 아쉽다. (나영, 내가 안 봐줘서 섭섭하나영?) 아이들이 불만일 테지만 아직 내놓고 대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봐야할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황하>다. MBC가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으로 특별 제작한 10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늦은 시간이라 어떨지 모르겠으나 가능하면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생각이다. 손오공이 갇혀 있던 화염산도 나온다고 꼬셔서 말이다. 2007년 2월 24일 토요일 밤 10시 50분, 첫 방송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이런 날 아침이면 그날이 생각나.
직장 동기들과 콘도에 놀러가 밤새워 술먹고
이튿날 에버랜드에 가서 또 죽어라 놀던 날이.
속은 울렁거리는데 롤러코스터도 타고
속은 울렁거리는데 바이킹도 타고
아, 속은 울렁거리는데 …
그러다가 막판에 남은 티켓을 모두 모아서 무슨 놀이기구를 탔지.
몸을 의자에 묶어 놓고 빙빙 돌려주는 기계였어.
난 빙빙 돌았어. 존재가 빙빙 돈 거지.
속은 울렁거리는데 …
그 기계에서 나오는데 같이 간 여자애가 물었어.
어땠냐고. 재밌었냐구.
난 이렇게 대답했어.
“인간의 몸에 최대한 원심력을 느끼게 해주는 기계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보니까 비문 냄새가 나네.
아무튼 그 여자애, 엄청 황당해 하더라.
이런 날이면
이상하게 저 대사가 자꾸 생각나.
이런 날이 어떤 날이냐구?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p.s.
다 써놓고 어제 산 시집을 펼쳐드는데 “自序”에 이런 문장이 있다.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을 너무 오래 데리고 살았다.”
포스트스크립트 쓰는 김에 하다 덧붙이는데
<<달려라, 아비>>도 결국 봤다.
날림 독후감이라도 하나 쓸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아비가 왜 달리는지
이제 나도 안다는 말씀.
아비가 달리는 모습이 눈에 선해.
달려야지, 거럼.
읽고 나서 nuncoo.com의 을 다시 읽어 봤다.
“넌 인마, 문장이 안돼!”가 무슨 뜻인지도
이제 나도 안다는 말씀.

푸른 빛과 토하다

나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일어나 푸른 빛을 토했다 그 푸른 빛은 그날의 빛이었다 그날은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한 사람이 소실점보다 작아졌다 그날부터 나는 더 게워낼 게 없었다 켁, 켁, 푸른, 푸른, 푸른 빛, 내 생애의 켁 켁 목에 걸린, 멍든, 푸른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