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우 아침에 일어나 책가방 싸는 솜씨를 보자.
먼저 냉장고에 가서 <<주간 학습 안내>>를 본다.
“말듣, 수학, 바생, 즐생.”
이렇게 웅얼거리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서도 계속 중얼 거린다.
“말듣, 수학, 바생, 즐생.”
책을 다 챙겼는지 이번에는 쪼르르 현관으로 달려간다.
저 녀석이 책가방 챙기다 말고 뭐하나 했더니
아, 글쎄, 책가방은 현관에 있더란 말씀!
끝났나 했더니 갑자기 다시 냉장고로 쪼르드 달려가
있는 대로 호들갑을 떨며 외친다. “맙소사!”
쟤가 왜 또 저러나 남친한테 채였나 했더니
아, 글쎄, 즐생책을 잃어버렸는데
이번 주 내내 즐생이 들었다는 말씀!
넌 대체 누굴 닮아 그 모양이냐!
아빠 어려선 안 그랬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침.
또 그런, 그렇고 그런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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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針
엽이가 종이에 冬針이라 쓰더니 저 혼자 킥킥거린다.
남아칠세동침운운
어쩌스까저쩌스까
이노릇을어쩌스까
의하하게쳐다보니
녀석이헤헤거리며
“똥침”이라 읽더라.
하여 묻는다.
누가 내 머리에 冬針 놨어?
매사에 꿍얼거리는 게 꼭 지 아빠 닮은 아들 녀석이 꿍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게 처음부터 셋을 낳지 말았어야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가르쳐야 할 게 산더미 같더라도 어쩌겠는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수밖에. 해서 오늘은 시험삼아 훌라와 민화투를 가르쳤다. 문제는 하수 중의 하수들하고 놀아주려니 하품이 절로 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