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스케치

어제 밤에는 아이들을 식탁에 앉힌 다음, 그림을 그리게 했다. 무얼 그리냐고 묻길래 사람을 그리라고 했다. 아빠도 하나 그리라고 해서 나도 그렸다. 딱 2초 걸렸다. 얼른 그려주고 나는 딴 짓을 할 요량이었다. 내가 그린 사람 그림을 보더니 나우가 말했다. “졸라맨.” 옆에서 엽이가 말했다. “마자.” 아무려나 나우는 내가 그린 그림이 영 이상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내 그림에 100점이라고 적어 주었다. 나는 그 옆에서 책을 읽었다. 잠시 후, 나우는 여자 아이를 그리더니 나더러 몇 점이냐고 물었다. 나는 97점이라 적어 주었다. 순간, 나우는 삐졌다. 단단히 삐졌다. 내 졸라 형편없는 졸라맨에 무려 100점을 주었는데 자신이 그린, 예쁘게 채색까지한 그림에 아빠가 주는 점수가 고작 97점이라니, 이건 뭔가 불공평해,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책을 읽었다. 엽이가 물었다. “아빠는 왜 맨날 책을 읽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나우가 그린 그림에 97점이라고 적었던 걸 지우고 100점이라고 써서 침대에 누워서 아빠가 저를 달래주길 바라며 식탁을 빼꼼히 내다 보고 있는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는 비로소 슬그머니 나와 식탁에 앉았다. 아이들은 계속 그림을 그렸고, 나는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