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싸모님은 간밤에 뭐하셨는지
늘어지게 낮잠 한잠을 거하게 주무시는데
아이들은 피터팬인지 후라이팬인지 DVD 보면서
배고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할 수 없이 라면을 끓였겠다
물이 끓는구나 물이 끓어
라면 두 개 넣고 스프 찢어 넣고
파 숭숭 쓸어넣고 계란 하나 깨넣고
아빠 사랑 넣고 아빠 정성 넣고
맛있게 라면을 끓였겠다
드디어 라면이 끓는구나아아아
행주 빨아 식탁 닦고
냉장고 뒤져 다꽝 덜고
숟갈통 뒤져 젓가락 놓고
차단스 뒤져 그릇놓고
식탁에 불켜고
얘들아 라면 먹자아아아아아
이 소리에 피터팬인지 후라이팬인지 보던 아이들이
흥부네 자식새끼덜 모양 우르르르르르 달려오는데
아빠 라면 주세요 아빠 라면 주세요
나두 나두 나두
오 구래 구래 구래 내 새끼들 많이 먹어
아빠 아빠 매워 매뭐 매워
물 주세요 물이요
나두 나두 나두
오 구래 구래 구래 이 라면이 좀 맵다 매워 물 줄게 물
이렇게 근본 없이 촐싹대고
무게 없이 깝죽대고
앞뒤 없이 서두르다가
그만 식탁에 물을 한 주전자 엎었구나아아아
이때,
나우가 한 마디 하는데
“우하하하, 아빠도 물 엎지르는 구나, 그래도 아빤 벌 서지 않아도 돼. 우리 라면 끓여줬으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기엽이도 거드는구나.
“그래 맞아. 그래도 아빠, 다음부턴 조심해.”
어화둥둥 망신이로세
얼씨구나 망신이로세
절씨구나 망신이로세
지화자아 망신이로세
얼쑤
애 셋 아빠 스타일 왕창 구겼구나
애 셋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로구나
애 셋 아빠 귄위가 땅에 떨어졌구나아아아아아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