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르면 웃긴다

여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가난한 영화감독과 남편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삵 바느질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석봉 모(母) 같은 아내가 있다. 이들에게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선배다. 아내는 조촐한 술상을 준비하고 이들은 오랜 만에 이야기꽃을 피운다. 결국 화제는 영화로 옮겨 온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찍는 남편의 성공가능성으로 옮겨 오고, 생활고로 옮겨 온다. 남편이 말한다.
“걱정하지 마. 이번에도 안 되면 상업영화를 할 거니깐.”
다큐멘터리 영화하던 사람이 상업영화를 하겠다고 나오는 것도 대단히 많이 양보한 것이다. 물론 상업영화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려나 남편은 이 말도 큰 맘 먹고 한 거다. 이때 아내의 반응은 이렇다.
“상업영화는 무슨…, 농업영화면 또 몰라도…….”
아내의 이 말에 다큐멘터리 찍는 남편과 그들을 찾아온 손님이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

자, 우리들에게 ‘상업영화’라는 말의 대척점에 서 있는 말은 ‘예술영화’나 ‘작가주의영화’뭐 이런 말들이다. 우리들에게는 지금까지 ‘상업영화’의 반대말로 ‘농업영화’를 떠올려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다.
이렇게 기존의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면 웃긴다.
우리의 두뇌는 어떤 상황이나 말이 주어졌을 때 그것과 연관되는 그 다음에 일어날 것에 대해서 기대한다. 이 기대는 대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다. 아니면 경험 의존적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자 한다면 상대방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상대방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사전 작업을 한 다음에,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면 된다.
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기대하고 있는 것과 다른 걸 말하거나, 다른 걸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걸 말하거나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익숙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사물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의식이 자유로워야 하고, 생각이 자유로워야 한다. 고착되지 않은, 판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그러니 생각을 다르게 하라. 표현을 다르게 하라. 행동을 다르게 하라.
발 냄새난다는 표현 대신에 ‘양말 먹었냐’는 표현을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을 나는 존경한다.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는 표현 대신에 ‘쥐 잡아 먹었느냐’는 표현을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도 나는 존경한다.

남을 웃기는 방법

바야흐로 웃기지 못하면 배고픈 세상이다. 하여 ‘나의 배고픈 이웃’들이 다른 사람을 웃기지 못해서 배고프지 않도록 ‘남을 웃기는 방법’에 대해서 한 40회에 걸쳐 연재를 할 계획이다.

1. 섞으면 웃긴다

가령, < 산토끼>의 멜로디에 < 송아지>의 노래가사를 붙여서 불러보라. 웃긴다. 나는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하는 < 대전부르스>의 멜로디에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마징가Z의 가사를 붙여서 노래를 부르던 친구를 알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 리골레토>에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거기가 어디오? 하이마트’하던 CF도 같은 맥락이다. 성악가가 무대의상으로 차려입고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코믹히다. 전설의 가사 바꿔 부르기 게임은 다 이 맥락이다.

노래만 섞으면 이야기가 서운해 하니까 이야기도 섞어보자. 태풍 매미가 오는 날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을 했다는 바로 그 뮤지컬 < 인당수 사랑가>.
Continue reading

먼저, 그대 가슴에 대못하나 쾅쾅 박고 넘어가야할 게 있다. 웃음은 유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중요한 얘기니까 한 번 더 말해야겠다. 명심하라. 웃음은 유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웃는 모습을 조금만 신경을 쓰고 관찰해보면, 사실은 관찰해보지 않아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디 가니? 점심은 드셨습니까? 장사 잘 되세요? 시험을 잘 봤니? 거 날씨 한번 좋다. 오래간 만이야. 비 오는데 한 잔 해야지. 우리들은 이런 웃기지 않는 말들에 웃는다. 우리는 웃으려고 결심조차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웃는다. 저절로 웃는다.

이유는 웃음이 관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웃음이 상대방에게 보내는 하나의 호의적인 평화와 화친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 물론 더러는 전쟁과 배척의 메시기가 되기도 한다. ― 웃음이 ‘싸움하면은 친구 안 해요. 사이좋게 지내자’는 언어이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