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용어 사전에 보면 패러디는 ‘한 작가의 말, 문체, 태도, 억양과 생각 등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목적으로 모방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줄) 뭐든지 제대로 하려면 쉽지 않은 법. 패러디는 ‘원본과의 유사성’과 ‘원본의 의도적인 왜곡’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감각을 필요로 한다.
영화광고를 패러디한 음료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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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목적으로 한 패러디의 첫번째 원칙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패러디하라는 것이다. 내가 패러디를 하는데 상대방이 그게 무엇을 패러디 한 것인지 모르다면 많은 경우 웃기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듣기는 커녕 성격파탄자 소리 듣기 딱 좋다. 바로 이 때문에 영화, 광고, 드라마, 개그 등이 자주 패러디 되는 것이다.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요즘 시대에는 “패러디하는 것도 패러디 이고 패러디 되는 것도 패러디이다.”라고 쟝 보드리야르가 말했다.(이것도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줄)
그러니 웃기고 싶다면 광고도 열심히 보아라. 책을 많이 읽어라. 모든 분야의 모든 책을 읽어라. 영화를 많이 보아라. 모든 분야의 모든 영화를 보아라. 아주 텔레비전 앞에서 살아라. 인터넷도 열심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일할 시간 없다. 공부할 시간 없다. 아, 웃기자는 데 그딴 거 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내 말 안듣고 일할 거 다하고 공부할 거 다하면서 원본으로서의 가치가 무궁무진한 영화, 광고, 드라마, 개그 등등 이런 거 안 보고 안 읽으면 패러디는 고사하고 남들이 패러디 하는 걸 보고 웃지도 못한다. 원본을 모르니 도대체 그게 왜 웃기는지 알 수가 없는 거다. 남을 웃기는 거, 이거 거저 되는 거 아니다. 노력해야 한다. 아무튼 패러디는 ‘원본’을 아는 게 재산이다. 원본!
패러디의 두번째 원칙은 ‘삐닥이 정신을 가지라는 것’이다. ‘원본’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우습게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 이걸 키워야 하는 거다. 이거 키우자면 영화보고, TV보고 하면서 놀러다닐 시간 없다. 그딴 거 다하면 국어사전은 언제 한번 들쳐보고, 고전은 언제 읽는단 말인가. 공부, 이거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footnote:
*이 따위넷에 툭하면 얼쩡거리시는 걸식이님이 이 광고의 카피를 썼다. 모르긴 몰라도 이게 걸식이님 인생의 거의 유일한 자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