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가 다른 두 개의 만년필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 쟝 그르니예, <<섬>>
누군들 안그랬으랴만 나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부러웠다. 해서 소시적엔 펜글씨 교본을 사다가 연습을 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글씨체를 흉내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 오른손은 이미 너무 오랜 세월동안 나쁜 글씨체에 익숙해져 있어서 쉽게 교정이 되지 않았다. 최후의 방법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왼손으로 몇 번 글씨를 써본 다음에 나는 나쁜 글씨체가 단지 ‘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른손으로 쓸 때 드러났던 꼴 사나운 글씨체는 왼손으로 쓸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문제는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글씨체였고, 글씨 잘 쓰자고 머리통을 딴 걸로 바꿔 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이유때문에 “그러니, 얘?”의 <<섬>>을 집어들었는데, 무심코 몇 장 넘겨보니 저 구절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게 언제였던가?
만년필, 참 잃어버리기도 숱하게 잃어버렸다. 누이에게 대학입학 선물로 받았던 만년필은 어디로 갔지? 아피스 만년필은? 가장 최근에 잃어버린 건 초록색 워터맨이다. 역시나 술 집에서 술 먹고……지금 가지고 있는 만년필은? 로트링 아트펜 Extra Fine! 이게 제일 만만하다.
선물 받은 몽블랑을 떨어뜨려…펜끝이 휘어졌다우…뚜겅열고 쓰고 잉크넣고 귀찮았는데
이참에 모셔놓고 있습니다..가끔 써보고 싶기도 하지만…
몽블랑. 좋죠. 그 펜끝이 휘어지다니. “曲筆주의보”이겠습니다. 헤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이제 HTML 됩니다. img src하고 a href하고…
ㅎㅎㅎ 그리하여 귀양을 보냈지요 책상구석으로…그런데 손가락이 굽어서 이것도 문제로군…거참!!!
손가락이 굽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죠? 이제와서 군대 면제 받으시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실테고.
손가락이 자동적으로 돈과는 관계없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말씀이지요…
열심히 일을해도 뭐할 판에…맨날 엉뚱한 짓만 하고 있습지요…ㅠㅠ
마문지님. 이렇게 해보세요. 세관 같은 데서 견공들에게 미리 마약 냄새을 맡게 한 다음에 여행객들의 가방을 냄새 맡게 하잖아요. 그렇듯이 손가락들에게 가끔씩 ‘돈냄새’를 맡게 해주는 거예요. 저는 은행에 가서 잡지책을 더듬거리다 보면, 가령 GQ 같은 잡지, 손가락이 돈냄새를 맡는 게 느껴지지요. 아, 이 물건 정말 멋있다. 이걸 가지려면 돈이 많아야 겠지. 아 돈 벌어야지. 이렇게 되거든요. 그리고는 사무실에 와서는 까맣에 잊어버리지만. 우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