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은 길다. 공원에 나가 한참을 놀고 왔는데도 고작 오후 3시다. 아직도 한참을 더 놀아 주어야 한다. 놀고…놀고…놀고…

오후 5시, 아이들이 갑자기 식탁에 우르르 모여 앉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나는 때는 이때다 싶어 그 동안 별러왔던 카메라 수리를 시작한다. 빛이 들어가니 빛이 안 새들어가도록 바디와 뒷뚜껑 사이에 스폰지를 덕지덕지 붙이는 작업이다.

문제는 스폰지인데 마침 지난 번에 하드 디스크를 분해할 때 카메라 수리할 때, 적당한 스폰지가 나와 보관해 두었던 것을 사용했다.

그런대로 나쁘다 싶지는 않게 작업은 완료했는데 수리가 제대로 되었는지는 테스트 촬영을 해보아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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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하루가 가나 했더니, 웬걸 아이스크림 사 내놓으라 하여 아내와 함께 아이 셋 손 잡고 아파트 단지를 휘저으며 상가 가서 쭈쭈바 하나씩 물려주고 왔다.

아이들 사진 한 장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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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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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 내면에 저런 걸 끼고 산다.
저건 난무, 어쩌면 그저 지랄.

나는 예전에 이렇게 썼다.
“적당한 지랄은 정신건강에 좋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지랄 같다,고 말할 때
그건 무한한 애정 표현이다.

 
 
 
 
 

─ 이 밤의 지랄의 끝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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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作黨)

일단 창당을 하면, 자유와 민주와 정의와 번영과 발전 등의 명분을 내걸고 정치나 뭐 이딴 걸 해야 한다. 반면에, 같은 당을 만드는 거지만, 작당을 하면 저런 허울 좋은 명분 따위는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다. 그저 삥땅이나 뜯고, 사고나 치고, 양아치 짓이나 하면 딱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과 작당을 하고 싶었다. 예전부터, 늘…
그래도 명색이 당은 당이니 당명은 하나 있어야겠지. 이건 어때. 민주작당당 혹은 따위당.

깡패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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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오는 밤

술 약한 선배는 저 홀로 괴로워 하고, 나는

어느 눈 먼 남자가 발 없는 발로 길 없는 길을 가다가

행여 이 술약한 선배를 업어 갈까(제발 그래라) 싶어 파수를 본다. 그러나

내가 파수를 보는 건, 설마 내가 선배를 남몰래 연모했다거나 존경했다거나

그런 까닭은 아니다. 나는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제비를 잘못 뽑았기 때문.

아무려나

지금 저 아래 “갬블”이라는 이름의 바에서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 추억을 더듬는 얘기꽃이 한창이다. 그런데

내 신세는 이게 뭐람. 이 무슨 가혹한 장난의 운명이란 말이란

말인가. 내가 이 나이에. 게다가 애 셋 아빠가…

하여, 증거를 남겨 두고 두고 ‘보상’을 받으려고

셔터를 누른다.

p.s.
더 적나라한 사진 가득 있음. 필요하신 분 연락바람.

p.s. II
이걸 올려 놓고 얼마 있다가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무엇보다도 ‘제비뽑기’라는 말에 큰 상처를 입은 듯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몇 자 적는다.

제비뽑기는 술 취한 선배를 케어할 ‘당번’을 뽑기 위한 게 아니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의 성비가 우연히 1:1이 되자 장난 삼아 미팅 하듯
파트너를 정해보자는 게 그 순수한 취지였다.

매너 모드

기다림이 그렇게 간절했느냐
누군가의 부름[CALL]을 받은
삼성애니콜 CDMA 2000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아, 육체의 지진!
내 몸은 보통 몸이 아니다
당신이 나를 부를 때마다
간질과도 같은 지진이
지나가고, 지나갈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