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개기면’ 아빠는 슬프단다

나우가 부쩍 컸다. 이제 개기기 시작한다. 이런 식이다.

따위: 이나우, 너 한 번만 더 그렇게 하면 혼나.
나우: 어떻게 혼나는데?
따위: 이걸로 세대 때려줄거야.
나우: 어디 때릴건데?
따위: 종아리 때려줄거야.
나우: 아프게 때릴거야?
따위: 응.
나우: 어디 때려봐.(그러더니 씩씩하게 달려와 종아리를 내미는)
따위: 뜨아.

道를 딲든지 해야지. 이거. 원. 허허.

투신 投身

1.
나는 내 몸이 무섭다. 모든 욕망의 본거지다.

2.
나는 정신이 아니다. 몸이다. 지금까지 몇 십년을 ‘정신’에 투자했지만 남는 게 없다. 정신분열의 언어와 잡다한 지식과 내면에서 가파르게 출렁거리는 자의식. 이딴 거 전혀 쓸 데 없다. 그나마 이것도 최근에 뛰어보고 깨달은 것이다.

3.
投身,
나로부터 가장 먼 곳에 나를 던져버리는…

족보

(교도소에 신참이 들어오면 ‘족보따먹기’를 하는데, 긴 시간을 들여 ‘계보’를 고증하는 까닭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허풍을 단속하기 위해서이며, 허풍에 의해 위계질서가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생각해 보라, 새파란 신출내기가 감방에 들어와서 ‘가오’를 세운답시고 “나, 양은이파 직계요!”라고 우기면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 장정일의 독서일기 2, 미학사, 1995

족보를 새로 만든다고 한다. 원래는 안되는 거였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여자들과 사위들까지 올린다고 한다. 하더니 내 아내의 호적등본까지 내라한다. 썩 내키지는 않으나 ‘어른들’이 하시는 일이니, 내 아버지 체면도 있고 해서 그냥 꾹 참고 호적등본을 떼서 보냈다. 했더니 이번에는 아내의 출신학교 등 이딴 거를 적어 보내란다. 안 보내고 있다. 적어 보내면 이번에는 아내의 졸업증명서를 내라할지도 모른다.

대체 뭐하는 짓이냐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