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핀 정성 속에 청소년은 바로 큰다
따 위 경 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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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Archives: December 2004
밤 버스
텅 빈 수족관의
뒷자리에 앉아
아저씨, 우리 바다로 가요.
아저씨, 우리 바다로 가요.
아저씨, 아저씨,
우리,
바다로 가요.
(담배를 피우고 싶다)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지시선 90
커피믹스에 대한 명상
오늘 낮에 너무 많은 커피믹스를 내 몸과 믹스했나 보다. 잠이 안 온다. 잠도 안 오는데 명상이나 해보자. 요즘 나는 ‘100%의 나’가 아닌 것 같다. ‘나 아닌 뭔가’가 ‘나’와 잔뜩 믹스되어 있는 거 같다. 커피믹스에는 커피 말구 프림도 들어있구 설탕도 들어 있는데 그냥 커피믹스라고 부르니 ‘나 아닌 뭔가가 잔뜩 들어 있는 나’를 그냥 ‘나’로 불러도 시비걸 놈은 없겠지. 어느 날 설탕 조절이 마음대로 된다는 커피 믹스가 나와 설탕 조절이 마음대로 안 되는 커피 믹스가 졸지에 찬밥 신세가 되어 버렸다. 나도 이처럼 어느 날 신세 조지기 전에 하루 빨리 ‘뭔가를 내 맘대로 조절하는 나’를 만들어야 겠다. 명상은 끝났다. 그러나 오늘 밤의 명상도 결국 실패다. 순수한 명상에다가 불순한 결심을 믹스했기 때문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뭔가가 잔뜩 믹스된 인간인가 보다. 에라,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