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트랙에 비가 내렸다 곳곳에서 바람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트랙에 늘어선 나무들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트랙에 길게 누운 나무 그림자들이 나무들보다 더 격렬하게 흔들렸다 밤의 트랙에 비가 내렸다 놀랍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Monthly Archives: May 2005
아카시아 향을 따라가는 시간의 트랙백
밤의 트랙에 아카시아 향이 가득하다.
나는 뒷산에서 그 꽃을 따먹던 시절이 덜컥
그리워졌다.
‘이건 그 시절로 가는 트랙백이야. ‘
트랙을 도는 내내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때는 내가 나였을까.
영화
1.
TV에서 해준 <보리울의 여름>을 보았어.
2.
영화는 후진 영화를 봐도 좋아.
3.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그 중에서도 이렌느 야곱이 노래 부르다가 쓰러져 버리는 장면.
나 죽을 때도 그런 식으로 죽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것이다 유감
그러니까 내 말은 ‘것이다’란 종결형 어미 사용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가정용 쓰레기’ 유감
가정용 쓰레기 투입금지. 거리의 쓰레기통마다 붙어있는 말이다. 볼 때마다 어딘지 불편하다. ‘용用’ 자 때문이다. ‘용’ 자는 쓸 용자인데 쓰레기는 버리는 것이니 일종의 모순어법oxymoron이다. 모순을 해결하자면 ‘가정출신 쓰레기’라고 해야할 터인데 우습다. 그냥 ‘가정 쓰레기’라고 하면 무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