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삼각형 드라이버 있어?
없는데.
……
뭐 뜯게?
응, 이거.
녀석이 내미는 건 장난감 곤충이다. 태엽을 감으면 뒤뚱거리며 앞으로 움직이는.
너, 또 태엽 꺼내려고 그러지?
응.
이게 벌써 네 개째다. 태엽 꺼내느라 녀석은 이틀 동안 멀쩡한 자동차 두 대와 지 동생이 유치원에서 받아온 과학 교재를 망가뜨렸다.
이리 줘봐.
나는 일자 드라이버와 뺀찌로 플라스틱을 절개하고 태엽을 꺼내 준다.
녀석, 일단 후퇴한다.
잠시 후, 녀석이 태엽을 다시 가져 와서 말한다.
아빠, 이 거나 이 거 둘 중의 하나 빼줄 수 있어?
줘봐.
나는 녀석이 빼달라는 걸 빼려고 해본다. 용을 쓴다. 안 빠진다.
안 빠지는데.
녀석은 실망한 얼굴로 물러간다.
잠시 후,
녀석이 중얼거린다.
아,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무시하고 내 할 일 한다.
아빠 못쓰는 건전지 있어?
난 서랍에 굴러다니는 건전지 두 개를 찾아 준다.
녀석, 사라진다.
저게 또 뭘 만들려고 저러나, 그러나
나는 무시하고 내 할 일 한다.
아래는 우드락과, 글루건과, 커터칼과, 못쓰는 건전지와, 멀쩡한 장난감에서 빼낸 태엽장치를 이용해서
녀석이 만든 결과물이다.
볼품은 없는데 태엽을 감아서 놓으면 노를 젓는다. 진짜다. 나 뜨슨 밥 먹고 식은 소리 하는 거 아니다.
오호호…!
나날이 발전하는 따위 공작소의
주니어들이로군요.
다행히 아빠를 닮지 않았구려…ㅋ
마분지/ 공부는 안 하고 허구헌 날 뭘 만들어 쌉니다.
걸식이/ 발가락은 닮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