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웃긴 얘기는 웃긴다

하나마나 한 얘기지만, 그러니까 말 안 해도 그만이지만, 웃긴 얘기는 웃긴다. 그러니 남을 웃기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내가 보거나 들어서 웃겼던 얘기를 그 좋은 얘기를, 그 좋은 걸 아직도 모르는, 한심하고 불쌍하고 가엾고 불운하고 불우한 사람에게 얘기해 주면된다.

어느 날 내 관심을 끌었던 누군가의 메신저 아이디는 이렇다.
거리의 신문팔이도 머리 속에 헤드라인 몇 개는 가지고 다닌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 하나 묻겠다.
당신은 머리 속에 웃긴 얘기를 몇 개나 쑤셔넣고 다니는가?
좋은 말로 할 때 몇 개만 털어놓으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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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어디서 많이 본거다 싶어 찾아봤더니 원문은 이렇더라.
The corner newsboy, too, has some headlines – in his head.
─ 핼 스태빈스 저/ 송도익 역, <카피 캡슐>, 서해문집.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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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시절 나를 키운 건…팔할이 음담패설이다…이건 절대 구라빨 아니다….남의 음담패설을 듣고…그것을 어떻게 화려하게 윤색하여…그 유머를 증폭시킬 것인가?…내가 대학시절에 했던…거의 유일한 두뇌활동이라 할 수 있다…말하자면….오프라인 유머로 따지자면….그 ‘화자’가 정말 중요하다….가장 웃긴 이야기도 가장 재미없게 만드는…주변머리 없는 화자가 있는가 하면….별 재미없는 이야기에 각종 양념을 첨가하여 재미있게 만드는…탁월한 화자도 있다…
    최불암 시리즈가 이 땅에 처음 강림하던 시절….내가 ‘최불암 시리즈’를 말할 때의 가이드라인같은 걸 만들어서 전파한 적이 있다…그걸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 시리즈는 정말 썰렁한 폭탄이 되어…좌중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위험한 것이다…그러므로…이 시리즈를 꺼낼 때에는 아주 주의해야 한다…이 시리즈의 핵심은 ‘상식 파괴’다….다른 유머의 패턴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답을 제시하는 것! 이 문장에 방점을 찍는다면…’예측할 수 없는’ 바로 이 부분이다… 얘기를 듣는 상대로 하여금….예측하게 하라는 것….최불암이 뭐라 그랬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 뒤….적어도 30초간 뜸을 들이라는 것…그 사이 얘기를 듣는 상대편은 “X새끼야” “아싸 가오리” “붕가붕가” 등등 그동안의 유머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패턴으로 해답을 찾게 된다…이제, 그들이 충분히 고민했다고 판단될 때…최불암의 당돌한 대답을 내놓는 거다…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대상은….질문을 했을 때 아무 예측도 안하는, 유머지수 낮은 족속들이다….이런 성향의 사람이 좌중의 50프로를 넘을 경우…최불암 시리즈 말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라….그건 절대 수습이 안된다….이런 성향의 사람이 자리에 끼어있으나 30프로 이하일 경우…그들을 대충 외면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을 향하여 말하라….분명 답을 말한 뒤…유머 지수 낮은 놈들에게서 저항이 오게 되어 있다…그러나 그들은 소수이고…이미 웃음소리가 한껏 터진 뒤이므로…이해 못하는 ‘그들’을 손가락질 하면서…다시 한번 웃게 하라…”바보~ 그것도 이해 못하니?’ 하면서 말이다…
    바로 이것이…’최불암 시리즈로 사람을 두번 웃기는 방법’이다….

    63빌딩 옥상에서 최주봉(쿠웨이트 박)과 최불암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최불암이 서브를 넣었는데…최주봉이 그걸 잘못 쳐서 그 공이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다…
    근데 마침….엘리베이터도 고장이 난 거야….결국….최불암이 계단으로…
    열라 뛰어내려가서 그 공을 줏어왔어…숨을 헉헉대는 최불암이 최주봉에게 뭐라 그랬게?
    (사람들이 각자 1개의 해답을 제시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뭐냐?” “답이 뭔데?” “빨랑 빨랑” 등등 안달을 할 때까지….)

    (공을 서브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일대영.

  2. 이제는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나…창의성이 돋보였던 ‘한석봉 이야기’….
    그 음란성이 너무 심했던 고로…대중적인 자리에서 꺼내기 위험했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지 못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의성어’를 활용한 보기 드문 명작으로 평가하는 바, 전문을 공개한다….

    한석봉, 있지? 불 꺼놓고 떡 썰었다는 그 어머니, 알지?
    근데…그게 말이야…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대…
    한석봉이 글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어머니!”하고 방문을 열었는데…
    어머니가 안 계신 거야…여기 저기 둘러봐도 안 계셔…
    근데 어디선가…”석봉아” “석봉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그래서 소리가 나는 뒷마당으로 가보니…
    글쎄…어머니가 외간 남자랑 한판 뜨고 있는 거야…

    청중들: 어, 어머니가 왜 그 짓 하다가 석봉이를 불러?

    자, 잘 들어봐…
    “쏙~ 뽕~ 아~”
    쏙: 어떤 물건이 어딘가에 들어갈 때 나는 소리
    뽕: 어떤 물건이 어딘가에서 빠져나올 때 나는 소리
    아: 교성, 혹은 신음이라 불리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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