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것들을 용서하자

머리 감을 때가 되면 몸이 알려준다. 가렵다. 머리 안 감고 사는 사람들은 이 불편한 것을 어떻게 참고 지내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더 참으면 가렵지 않은 상태가 찾아오는가.

일요일 아침, 늦잠 자고 일어난 딸아이, 식탁에서 김치국물 한 방울 옷에 튀었다고 쪼르르 달려가 옷을 갈아 입는다.

오, 이 분, 며칠 전에는 모처에 나들이 가서, 떡볶이 드실 적에, 떡볶이 한 입 드시고 냅킨 톡, 뽑아 옷 한번 딱으시고, 오뎅 사리 한 입 드시고 냅킨 톡, 뽑아 옷 한번 딱으시고 하시는데, 떡볶이 국물을 그냥, 국자로 퍼서 확, 뿌려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유전자고 뭐고 다 사기다. 내게서 어떻게 저런 깔끔한 개체가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깔끔한 것들이 싫다. 깔끔한 것들을 용서하자.

Posted in 블루 노트.

2 Comments

  1. 인도 사람들, 머리가 왜 반지르르한지 알아? 왜? 계속 머리를 안 감으면 온갖 벌레가 생겼다가 그것들마저 다 죽고 나면 그런 아름다운 상태가 된대. 정말? 몰라 누가 그러더라
    한번 실험해보시기를 권하겠소. 나도 저 말이 사실인지 꼭 확인하고 싶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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