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들을 용서하자

띵땅띵땅 띵땅띵. 12시 5분, 핸드폰이 운다. 딸아이 전화다.
아빠, 난데. 나 지금 학교 끝났는데 2시 반까지만 놀다가도 되지?
그래라. 그런데 점심은 어떡할래?
응, 학교에서 실과 시간에 뭐 만들어 먹어서 안 먹어도 돼.
알았다.
띡띡띡띡. 조금 있으니 아들녀석이 현관자물쇠를 해제하는 신호음이 들린다.
왔어요.
왔냐?
아빠, 근데 나 나가서 좀 놀다와도 되지?
그래라. 점심은?
괜찮아. 배 안 고파.
그래도 뭐 좀 먹어야지.
그러면 좋고.
부엌에서 뭐 먹일 거 없나 뒤지는데, 따르릉, 이번에는 집전화가 울린다. 아들녀석이 받는다.
컬렉트 콜인데 계속 통화하려면 버튼을 누르라는데?
얼른 눌러.
막내일 것이다. 나는 손에든 누룽지를 녀석에게 건네고 수화기를 받아든다.
여보세요?
아빠, 나 언인데. 세훈이네서 좀 놀다가도 되지?
그래라.
다녀올게요.
아들녀석이 나가면서 인사한다.
그래라.

Posted in 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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