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진 때문에

컴퓨터를 켜놓고 책을 읽고 있는 동안 화면 보호 모드에 돌입한 모니터 화면에 아내님과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찍은 사진이 떠올라 천천히 움직인다. 그런가 보다. 사진이여, 내 모니터를 공정하게 보호해주기 바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진 속의 어떤 물체가 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 물체는 주무시는 아내님의 발치에 놓여 있다. 웅크리고 있다. 물체는 검다. 읽으면 교양의 수준이 요즘 채소값 맹키로 팍팍 치솟는 심오한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그 따위 물체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그 물체가 얼마 전 죽은 고양이라는 걸 깨닫는다. 저기 한 생명의 흔적이 있다. 2년 넘게 이 집에서 시쳇말로 동고동락했던 생명의 흔적이 있다. 그야말로 한 줌도 안 되는 고양이의 유골을 산에 묻어 주고 오던 날 생각이 난다. 이런 제길! 굿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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