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대하여

피에르 브르디외, 현택수 옮김, <<텔레비전에 대하여 Sur La Télévision>>, 동문선, 1998 초판, 2000 2쇄

오늘 아침 일이다. 딸아이가 거실이 떠나가라 볼륨을 높여 놓고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시끄러웠다. 나는 볼륨을 줄이라고 명령했다. 리모콘을 손에 쥐고 있던 딸아이가 볼륨을 조금 줄였다. 나는 내가 듣기에 그리 시끄럽지 않은 레벨 ─ 08 ─ 까지 줄일 것을 명령했다. 아이는 복종했다.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들고 들어오는 2초도 안되는 사이에 아이는 다시 리모콘으로 볼륨을 높이고 있었다. 볼륨은 그새 레벨10을 지나고 있었고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다시 시끄럽게 느껴질 만큼 커질 것이었다. 나는 리모콘을 빼앗아 테레비를 아예 꺼버렸다. 아이는 억울했나보다. 눈물을 글썽거렸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다른 집 아빠는 안 그러는데 왜 우리 아빠만…?

갈수록 테레비가 재미없다. 토론 프로그램은 원래 재미없고, 오락 프로그램은 원래 유치빤스다. 내가 좋아하는 미모의 탤런트는 어서 뭐하는지 테레비에는 도통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저널리즘의 세계는 하나의 소우주로서 그 자신의 법칙을 갖고, 전체 세계 안에서의 위치와 다른 소우주와의 친화 · 배척 관계에 의하여 정의”된다. 제아무리 조선일보라고 해도 “논설위원이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이 있고, 그때는 무슨 까닭인지 말하지 못하고 이제와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말하는 텔레비전도 있다.

왜 그런가? 이 따위 물음에 대한 답이 궁금한 사람들은 일독하면 되겠다. 워낙 대충대충 읽어서 나는 잘 모르겠는데 번역이 후지다고 한다.

Posted in 날림 독후감.

0 Comments

  1. 헉 부르디외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 오타사건 이후로 사라진줄 알았는데
    하긴 포맷을 해도 안지워지는 정보들이 있으니깐…

    암튼 저 책도 읽어보려고 했습니다만
    머릿속이 아득하여….
    테레비 반드시 공부해야할 놈이긴 합니다.

  2. 하하. 얇은 책은 좋은 책이죠. 값도 비교적 싸지요. 7000원대. 그 맛에.

  3. 싸다는 말에, 얇다는 말에 귀가 얇아져볼까나…
    그거 동문선에서 나온거죠? 흠…그냥 테레비를 볼까…

  4. 안 보셔도 될 거 같은데요. 다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내용은 ‘텔레비에 나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게 전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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