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경찰서 정문 앞에 서있는 버스 안에 죽어있었다 노약자보호석에 앉아 머리를 뒤로 한껏 젖힌 채였다 검은 뿔테안경이 그의 이마까지 흘러내렸다 응급차가 달려오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누군가가 그의 눈꺼풀을 들추고 눈동자를 살폈지만 그는 이제 빛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잠시 후 그는 들것에 누워 마지막 수속을 밟으러 어딘가로 실려가고 모처럼의 구경거리에 속도를 늦추었던 차들은 다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여 서둘러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한국항공대학교 앞에는 <활주로>라는 이름의 당구장이 있다 나는 당구대 위를 활주하는 당구공을 생각한다 당구공은 어쩐지 온몸에 가시가 꽂힌 채 내면을 향하여 잔뜩 웅크리고 있는 고슴도치를 닮았다 고슴도치여 얼마나 빠르게 달려야 우리는 날아오를 수 있는가 이 임계점만 지나가면 더 이상 아프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