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밤고구마, 물고구마, 호박고구마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밤도 물도 호박도 다 고구마가 아니다. 고구마도 아닌 천한 것들이 감히 고구마님의 정체성을 규정하다니.
그해 겨울, 본격적인 군고구마 선거 시즌이 다가오자 고구마들은 각자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구마적인 고구마라고, 따라서 자신이 대표 군고구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종로에서 만나 오래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이들 훌륭한 고구마 가운데 과연 어떤 고구마를 대표 군고구마로 선출해야 하는지의 문제를 놓고, 내가 먹고 싶은 고구마가 제일 맛이 좋으니까 내가 먹고 싶은 고구마가 진정한 고구마이며 그러므로 내가 먹고 싶은 고구마를 너도 찍어야 한다고 입씨름을 벌였다. 그게 고독을 고백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