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탕

“아빠, 맛탕 드세요.” 해서 먹으러 나갔다. 나, 방에서 예술하고 있었다. 맛탕 맛있다. 아이들, 식탁에서 포크에 맛탕 찍어 자꾸 후라이팬 쪽으로 간다. 가서 요리당인지 꿀인지 찍어먹는다. 저 질긴 욕망을 누가 막으랴. 야 이놈들아 육신의 당분만 탐하지 말고 영혼의 당분을 탐하란 말이다. 영혼으로 욕망을 단일화하란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솔선수범하여 맛탕을 책에 찍어먹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요리해 껍질 벗겨가며 먹기 귀찮다고 투덜거리면서./아내는 말했다, 껍질벗기면 고구마 형체가 다 흩어진다고, 껍질에 미네랄이 많은데 내가 껍질 싫어해 미네랄이 부족해 성격이 그렇게 괴팍한 거라고. 그러면서 내 마음이 찢어지게 나를 노려봤다. 나는 이승복 어린이가 공산당보다 더 싫어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껍질이었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4월도 알맹이만 남기고 껍데기를 벗어버렸던, 해서 그곳까지 드러냈던 저 고릿적 아사달 아사녀를 생각했다. 아, 나는 고구마의 그곳을 드러내 부끄럼 빛내며 맞절을 해가며 맛탕을 책에 찍어 먹었다. 그런 다음에 말 한 마디 툭 던져 아내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놓고 아내가 자기 마시려고 타놓은 커피를 성공적으로 슬쩍해서 방으로 왔는데—아내는 2초만에 자신이 당한 걸 알아차렸다—커피가 너무 묽어 돌려주었다. 길 건너 중국집에서는 개업 11주년 기념으로 짜장면을 4,000원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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