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옆에 앉는 걸을 좋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하철에서든 버스에서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앉게 마련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떨어져 앉기 위해 그들 사이에 남겨 놓는 사람과 사이의 빈 공간, 나는 이 빈 공간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완충지대’라 부르겠다. 너무 길다. 줄여서 그냥 ‘완충지대’라 해야겠다. 심리학적으로 이 ‘완충지대’를 의미하는 용어가 있었던 듯도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귀소의 시간. 버스를 탔는데 나 앉을 자리는 완충지대 밖에 없었다. 나는 아무 완충지대나 앉았다. 그런데 아무데나 앉았다는 이 말 정말일까? 아닌 듯하다. 나는 남아있는 완충지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랐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 있으면 다시 말하겠다.
어쨌든 내가 자리에 앉자, 이번 생에서 나와 한 30분 정도 근거리에 앉는 인연을 맺게 된 옆자리의 여자는, <쩝. 여기 말고 자리 많은 데 이 아저씨가 하필이면 왜 여기 앉는 거야. 젊으나 늙으나 그저 예쁜 건 알아가지고...>하는 생각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창가쪽으로 몸을 바싹 붙여 나와 저 자신 사이에 다만 몇 센티미터라도 완충지대를 만들려고 했다.
(졸리다. 날 밝으면 계속)
날 밝으니 다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