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쉼표를 찍어야 할 때

글을 쓸 때 쉼표는 언제 어디에 찍어야 할까.
쉼표는 쉬라는 뜻이니 쉬고 싶을 때 쉬고 싶은 곳에 찍으면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나 찍고 싶은 자리에 나 찍고 싶을 때 쉼표를 찍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다시 쉼표을 찍어야 할 때 ──.

그러나 하루 아침에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꾸어버린, ─ 내가 군대 갔다 오니 세상이 변해 있었다 ─ 1989년 3월부터 시행된 맞춤법에는 쉼표의 사용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에 쓴다.
─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 충청도의 계룡산, 전라도의 내장산, 강원도의 설악산은 모두 국립공원이다.
다만 조사로 연결될 적에는 쓰지 않는다.
─ 매화와 난초와 국화와 대나무를 사군자라고 한다.

2. 짝을 지어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에 쓴다.
─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3.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에 쓴다.
─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 동생이 화를 내었다.

4. 대등하거나 종속적인 절이 이어질 때에 절 사이에 쓴다.
─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 흰 눈이 내리니, 경치가 더욱 아름답다.

5. 부르는 말이나 대답하는 말 뒤에 쓴다.
─ 얘야, 이리 오너라.
─ 예, 지금 가겠습니다.

6. 제시어 다음에 쓴다.
─ 빵, 빵이 인생의 전부이더냐?
─ 용기, 이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이의 자산이다.

7. 도치된 문장에 쓴다.
─ 이리 오세요, 어머님.(근데 이거 도치된 문장 맞나?)
─ 다시 보자, 한강수야.

8. 가벼운 감탄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쓴다.(그럼 무거운 감탄을 나타낼 때는 안 쓰는가?)
─ 아, 깜빡 잊었구나.

9. 문장 첫머리의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쓴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된다.
─ 아무튼, 나는 집에 돌아가겠다.
다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접속어(그러나, 그러므로, 그리고, 그런데 등) 뒤에는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 그러나 너는 실망할 필요가 없다.

10. 문장 중간에 끼여든 구절 앞뒤에 쓴다.
─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하지 않소.
─ 철수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을 맞았다.

11. 되풀이를 피하기 위하여 한 부분을 줄일 때에 쓴다.
─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12.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에 쓴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철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이다.
─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 본다면, 남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깨달을 것이다.

13. 숫자를 나열할 때 쓴다.
─ 1, 2, 3, 4

14. 수의 폭이나 개략의 수를 나타낼 때에 쓴다.
─ 5, 6세기 6, 7개

15. 수의 자릿점을 나열할 때에 쓴다.
─ 14, 314

─ 편집부 엮음, <<한글 바로 쓰기>> 종로서적, 1995
Posted in 블루 노트.

0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