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있던 일요일

1.
일요일, 온 가족이 빈둥댔는데 드디어는 마음이 또 근질근질 해진 우가 산에 가자고 졸랐다. 날도 쌀쌀한데다 귀찮기도 해서 이 핑계를 대서 결국 우의 마음을 돌렸다. 한 숨 자고 났는데 아직도 마음이 근질근질한 우가 이번에는 공원에라도 가자고 졸랐다. 이번에는 저 핑계를 대서 역시 가지 않았다. 녀석은 결국 다 포기하고 저 혼자 나가서 줄넘기를 하고 들어오더니 얼마 후 그림 반 글 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깨 너머로 보니 이렇게 썼다. “밖에 나가서 줄넘기를 했다. 재미 있었다.” 순간 이번에는 내 마음이 마구 간지러워졌다. 산에 다녀왔으면 틀림없이 이렇게 썼으리라. “아빠와 산에 갔었다. 재미 있었다.”

2.
언이가 프라하의 연인을 보다가 TV 모니터에 가까이 가더니 전도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마디 했다. “아빠, 얘 정말 예쁘다.”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기어코 아이를 시험에 들게 했다 . “어니야, 엄마보다 더 이쁘든?” 아이는 엄마 눈치를 살짝 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자식 새끼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며 분개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짜식, 눈은 높아 가지고…”

Posted in 애 셋.

0 Comments

  1. ‘마음 근지럼증’에는 약도 없다는데 어쩝니까요.
    옛정을 생각하여 민간요법 몇 가지만 알려드리지요.
    혹 집안에 바람 새는 문풍지가 있으면 단단히 덧발라주시고요.
    또 당분간 닭 날개 섭취는 자제하시고요.
    또 이마에 딱 3일만 물파스를 발라보세요.
    (참고로 아이들은 이틀만 발라주세요. 살성이 약하니까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