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낮부터 오한이 났다. 그밤 버스정류장에서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추웠다. 추위가 내 몸의 바깥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 있는 것이었으므로 오리털 파카도 소용없었다. 그 와중에 멀쩡하던 안경알 하나가 뚝 떨어져 쨍그렁 소리를 내며 깨졌다. 집에 오자마자 이불 속으로 기어들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앓았다.
오늘 새벽에 자꾸만 잠이 깼다. 괴로웠다. 아니 아팠다.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누가 들을까 싶어 이를 앙다물었다. 어쩔 수없이 아침에 병원엘 갔다. 의사는 링거를 맞으라고 했다. 꼭 맞아야 하느냐 물었더니 꼭 그렇지는 않다 했다. 대신에 근육주사, 일명 궁둥이 주사는 꼭 맞아야한다고 했다. 맞았다. 한동안 엉덩이가 뻐근했다. 주사는 효과가 좋았다. 이틀 동안 나를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통증이 주사를 맞은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식은땀이 나며 열도 내렸다. 그 와중에 친구 아버님의 부음을 들었다.
주사의 약효가 끝났는지 다시 목이 아파온다. 의사가 처방해준 여섯개의 알약을 방금 털어넣었다. 어쨌든 내일 아침에는 다 털고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