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밀쳐둔 밤, 만두 부인 속, 터질 것, 같은, 컴퓨터, 열불 식히느라 미친 듯 냉각팬을 돌리고, 이래서 홧병이 생기는 거구나, 이제 내 꿈은 코딱지만하고, 그러나 그래서 정신적인 것은 가치가 있는 것이며, 대마초가 담배보다 해롭지 않다는 걸(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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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담배 끊고, 수영 끊고, 자전거 끊고, 이것저것 다 끊었더니 몸이 많이 불었다. 이 서방, 현미밥 먹게. 쌀밥은 몸에 안 좋네. 네. 알았습니다. 염려마세요. 대답은 시원스레 했느나 난 현미밥 먹을 마음이 없다. 밥은 쌀밥이 최고다. 뭐 밥 지을 때마다 장모님이 영상통화로 감시하실 것도 아니고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슨 특별 지시를 받았는지 아내가 아예 쌀독에 현미를 넣고 섞어버렸다. 현미가 철가루 같아서 자석에 달라붙는 것도 아니고, 쌀씻어 조리질 하면 무거워서 바닥에 가라 앉는 것도 아니고, 이건 완전히 토를리 남성 성기 되어버렸다. 딴 주머니 차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딴 쌀독까지 장만해야 하다니. 오늘 밤에도 아내와 대판 싸우고 현미밥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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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턴 나도 데리고 들어가줘
제발 그런다고 약속해줘
아내가 문닫고 들어간 화장실 문앞에 쭈그리고 앉아
아내가 오줌 누는 소리를 들으며
이 아침에 나는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애들 보기 부끄러워
오늘은 어린이 날인데
누나아, 원카드 한 번만 하자아,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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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몰락한 문중에서 야유회 가잔다고,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자식 눈치 보며 슬쩍 권유하시고
어머니, 굳이 주차장까지 따라 내려와 차창 밖 어둠 속에서 쓸쓸히 손을 흔드시고
본가에 애 셋을 맡겨두고 강변북로를 달려오는데
멈추지 않는 출혈처럼
내 몸 밖으로, 저절로 자꾸만
자꾸만 저절로
흘러 나오던 노래, 노래, 노래는 어느 가수의 지나간, 슬픈
슬픈 지나간
노래, 노래, 노래인가
슬픔은 가속 페달을 밟아 어디로 가는가
카메라는 왜 속도를 감시하는가
급경사와 급 커브만 남은 길
급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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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급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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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동네 야산을 오르는데
해드랜턴 불빛 속으로 나방 한 마리 불쑥
날아 든다 또 그대인가 순간
나는 놀란다 이것이 헛것이다
1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
딸아이 단원평가 수학 시험지를 확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
그리고 권총 하나 장만해 두어야겠다는 생각
숲에는 처녀 귀신도 없고
숲에는 정령도 없고
나는 참고인인가 피의자인가
세상은 왜 나를 소환했는가
중환자실에서 잠시 의식이 돌아온 노인은
시집간 딸의 손에
나 간다
고 힘겹게 쓰고 갔다
저녁 먹고 동네 야산이나 오르다가
그러니까 이렇게 살다가
나도 그런 식으로 갈 것이다
저기가 비오는 밤 고슴도치를 암매장하고
소주를 부어준 곳이다
내 의식에는 저기 같은 곳이 곳곳에 있다
해드랜턴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