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언: 아빠, 단식이 뭐야?
따위: 밥을 굶는 거.
언: 밥을 왜 굶어?
따위: (짜식, 오랜만에 쓸만한 질문을 하는군. 그래 정치의식을 함양할 시간이다. 4대강이나 MBC 얘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운을 떼는)어, 건강을 위해 단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의사표현의 한 수단으로써 단식을 하기도 하지.
언: 그럼 게임기 사달라고 단식을 할 수도 있어?
따위: (둔기로 한 대 맞은 듯 망연하게)물론 있지.
언: 그런데 그게 이뤄질까?
따위: 한번 해봐. 자식 굶겨죽이는 것보다는 게임기 사주는 게 낫지 않겠냐?
언: 근데 그거 너무 힘들 거 같은데…..

따위: 언이는 말이야, 니들이 평생 달고 살아야 할 혹이라고 생각해. 뗄래야 뗄 수 없는.
엽: 그냥 잠시 동안만이라도 떼어 놓으면 안 돼?
따위: 안 돼! 이 아빠는 말이다. 뗄 수 없는 혹이 세 개나 있단 말이다.
우: 그럼 엄마는 혹이 네 개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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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좀 늦을거야.
왜?
응, 복도에서 뛰다 걸려서 명심보감 쓰고 가야돼.
알았다.

자식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신난다. 커서 나처럼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다녀왔습니다.
오냐. 근데 명심보감은 뭐썼냐?
응, 그게…..
방금 쓰고 왔다면서 그걸 몰라?

아이는 책가방에서 공책을 내민다. 읽어보니 나도 모르겠다. 공책 말미에 “앞으로는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복도에서 뛰지 않겠습니다”라고 씌여있다.

야, 급한 일이 있는데 어떻게 안 뛰어?
그야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지.
근데 복도에서 왜 뛰었냐? 급한 일이 뭐였어?
응, 그게 우리 모둠의 모든 애들이 1교시 쉬는 시간까지 우유를 다 먹으면 급식을 먼저 먹을 수 있거든. 그런데 우리 모둠이 여섯 명인데 한 남자애가 안 먹겠다고 우유 놓고 도망가서, 그거 먹이려고 뛰어다니다가 걸렸지.

듣고 보니 참 급도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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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 내일 안전 어쩌구 그리기 대회 하거든. 근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팍 떠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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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난 그리기는 잘 못하니까 상상만 해줄게.
형아: ……
동생: 음. 어디 보자. 다리랑 날개 있는 코브라! 어때?
형아: …..
동생: 형아, 무슨 희귀종 동물을 원해?
형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