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격하면 웃긴다

김제동: (여자에게)애인 없어요?
여자: 네.
김제동: 왜 없어요?
여자: 모르겠어요…
김제동: 왜 몰라요? 난 딱 보니까 알겠는데…
(동아일보, 2003년 8월 13일)

웃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대방을 공격하라. 공격하면 웃긴다. 성격/똥배/지능/성적/목소리/걸음걸이/학교/직장/무다리/대머리/음치/독신/결혼/애 셋 등등 공격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동해물과 백두산처럼 마르고 닳지 않는다.

자,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상대방의 모든 것을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의 공격은 다 인신공격이다. 다시 한번 인/신/공/격! 엇, 뜨거라. 말만 들어도 이거 어쩐지 조심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공격! 이거 잘못하면 연인들은 찢어지고, 국론은 분열되고, 토론은 개판이 되고, 한여름에 폭설이 내리고, 세상의 모든 게들이 똑바로 걷기 시작한다. 이거 잘못하면 될 일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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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반복하면 웃긴다

대중문화의 저속한 형식은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반복이다: 내용, 이데올로기의 음모, 모순들을 흐리게 하는 것, 이들은 반복되나, 외형적 형식들은 다양하다: 항상 새로운 책들, 새 프로그램들, 새 영화들, 새 항목들, 그러나 항상 똑같은 의미.

─ 롤랑 바르뜨, 김명복 옮김, < 텍스트의 즐거움>, 연세대 출판부, 46쪽

안 웃긴 것도 반복하면 웃긴다. 그러니 남을 웃기고자 하는 사람은 뭐든지 반복하면 된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가령, 같은 말을 반복하라. 아무 말이나 마음에 드는 말을 하나 고르고 그 말을 일주일동안 계속해서 상용해 보라. 가령, ‘그런데 무궁화 꽃은 왜 피었을까?’ 이 말을 반복해보라.

__친구야, 점심시간이다. 밥 먹으러 가자. 그런데 무궁화 꽃은 왜 피었을까?
__학생여러분! 다음 주까지 ‘웃을 때 인간의 신체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A4용지 다섯 장 분량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세요. 손으로 쓴 것만 받겠습니다. 그런데 무궁화 꽃은 왜 피었을까요?
__눈 온다. 술 먹자. 그런데 무궁화 꽃은 왜 피었을까?
__박팀장! 기획서 준비 다 되었으면 대회의실에서 다 같이 보자구. 그런데 무궁화 꽃은 왜 피었을까?
__아빠, 오늘 개그콘서트 하는 날이야? 그런데 무궁화 꽃은 왜 피었어?

비슷비슷한 소리를 반복하면 웃긴다.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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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과장하면 웃긴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며느리도 모르는, 방금 외계에서 전해온,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림사 창건 이래 누대를 일부 극소수 고수들에게만 전해 내려온 비법을 알려드리겠다. 뻥이 좀 심했다. 아무튼 다른 사람을 웃기고자 하는 의도와 의지와 자세와 태도를 가진 자가 배워야 할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수사학이 있다면 그건 무엇보다도 과장법이다. 과장! 이는 실제보다 크게 떠벌리는 것을 말한다. 아시다시피 침(侵)은 작고 봉(棒)은 크다. 뭐든지 침소봉대하는 것. 가령, 바늘만한 무서움과 떨림을 야구방망이만한 전율과 공포로 확대하는 것. 뭐 이런 것이 과장법이다. 황과장! 내 과장이 무슨 과장인지 아시겠지요?

표현을 과장하라.
어젯밤에 모기 한 마리가 웅웅거려서 잠을 못 잤다고 말하지 말고, 어젯밤에 모기 한 마리가 귓가에서 천둥을 치는 바람에 잠을 못 잤다고 말해라. 그대가 그립다고 말하지 말고 그대가 300Km나 그립다고 말하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도 사랑한다고 말하라.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어’도 사랑한다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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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르면 웃긴다

여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가난한 영화감독과 남편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삵 바느질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석봉 모(母) 같은 아내가 있다. 이들에게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선배다. 아내는 조촐한 술상을 준비하고 이들은 오랜 만에 이야기꽃을 피운다. 결국 화제는 영화로 옮겨 온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찍는 남편의 성공가능성으로 옮겨 오고, 생활고로 옮겨 온다. 남편이 말한다.
“걱정하지 마. 이번에도 안 되면 상업영화를 할 거니깐.”
다큐멘터리 영화하던 사람이 상업영화를 하겠다고 나오는 것도 대단히 많이 양보한 것이다. 물론 상업영화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려나 남편은 이 말도 큰 맘 먹고 한 거다. 이때 아내의 반응은 이렇다.
“상업영화는 무슨…, 농업영화면 또 몰라도…….”
아내의 이 말에 다큐멘터리 찍는 남편과 그들을 찾아온 손님이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

자, 우리들에게 ‘상업영화’라는 말의 대척점에 서 있는 말은 ‘예술영화’나 ‘작가주의영화’뭐 이런 말들이다. 우리들에게는 지금까지 ‘상업영화’의 반대말로 ‘농업영화’를 떠올려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다.
이렇게 기존의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면 웃긴다.
우리의 두뇌는 어떤 상황이나 말이 주어졌을 때 그것과 연관되는 그 다음에 일어날 것에 대해서 기대한다. 이 기대는 대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다. 아니면 경험 의존적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자 한다면 상대방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상대방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사전 작업을 한 다음에,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면 된다.
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기대하고 있는 것과 다른 걸 말하거나, 다른 걸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걸 말하거나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익숙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사물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의식이 자유로워야 하고, 생각이 자유로워야 한다. 고착되지 않은, 판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그러니 생각을 다르게 하라. 표현을 다르게 하라. 행동을 다르게 하라.
발 냄새난다는 표현 대신에 ‘양말 먹었냐’는 표현을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을 나는 존경한다.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는 표현 대신에 ‘쥐 잡아 먹었느냐’는 표현을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도 나는 존경한다.

1. 섞으면 웃긴다

가령, < 산토끼>의 멜로디에 < 송아지>의 노래가사를 붙여서 불러보라. 웃긴다. 나는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하는 < 대전부르스>의 멜로디에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마징가Z의 가사를 붙여서 노래를 부르던 친구를 알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 리골레토>에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거기가 어디오? 하이마트’하던 CF도 같은 맥락이다. 성악가가 무대의상으로 차려입고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코믹히다. 전설의 가사 바꿔 부르기 게임은 다 이 맥락이다.

노래만 섞으면 이야기가 서운해 하니까 이야기도 섞어보자. 태풍 매미가 오는 날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을 했다는 바로 그 뮤지컬 < 인당수 사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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