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집어 들었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일’ 때문에…
대충 넘기면서 보니 이런 구절에 밑줄이 쳐져있다.

“말이란 가장 격렬한 변질을 일으키는 미세한 화학 물질이다.(p45)”

주말 내 읽어볼 생각.

6. 보복하면 웃긴다

지금 누가 나를 공격하고 있다. 지금 누가 내 존재를 뼛속깊이 건드리고 있다. 지금 누가 내 존재를 깊이 건드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 누가 나를 아주 우스운 꼴을 만들고 있다. 내가 그의 공격을 받아 내 심장에 울그락불그락 단풍들어 가고 있는 동안에, 내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폭소가 터지고 있다. 아, 의식이 가물가물하고 아, 속이 터질라구 그런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22세기 서양 속담에 호랭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다.

때는 80년대 중반 장소는 어느 고등학교 교실.
별명이 ‘야마모토’인 학생이 있었다. 22세기 서양 속담에 별명은 생긴 걸 따라 간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생긴 것도, 하고 다니는 스타일도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게 꼭 귀신 씨나락 까먹은 ‘made in japan’하고 비슷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선생님의 탈을 쓴 선생님의 어느 수업시간에 ‘야마모토’가 드디어 진짜 오리지날 일본 놈으로 몰렸다. 와, 큰일 났다. 오리지날 일본놈이라니!. 이거 정말 존재를 엄청나게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크롱마뇽마뇽인으로 몰린 것보다 더 분개한 이 학생, ‘나는 일본 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의 탈을 쓴 선생님이 “야, 우리나라 역사를 봐라. 네가 순수혈통을 아무리 주장해도 임진왜란도 있고……. 아무튼 넌 일본 놈이 맞다.” 하셨다. 그러자 이 학생,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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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한 사내가 거친 발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수고하십니다. 오토바이예요.”

그를 부른 직원이 대답하며 일어난다.

“네~”

“청주 가는 거네요?”

“네!”

“동서울 터미날…”

이때 ‘오토바이’의 어깨에 있는 TRS 통신장비에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린다.

“(삐리릭) 서초동에서 용산”

‘오토바이’와 직원이 비용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건넨다.

(잠시 이 상태가 이어진다.)

잠시 후, ‘오토바이’는 사무실을 나간다.

‘오토바이’는 이제 동서울 터미날을 향하여 도시를 질주할 것이다.

p.s.
‘오토바이’가 사무실을 나간 뒤 몇 시간이 지났다. 오후 내내 머리 속에서 ‘환유’가 떠나지 않는다. 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어떤 느낌의 정체는?

괄호

굳이 넣겠다면, 넣어야겠다면
이 쯤이 괄호를 넣기에 적당한 지점
(……)
이제, 조심스럽게
괄호를 닫을 것

5. 공격하면 웃긴다

김제동: (여자에게)애인 없어요?
여자: 네.
김제동: 왜 없어요?
여자: 모르겠어요…
김제동: 왜 몰라요? 난 딱 보니까 알겠는데…
(동아일보, 2003년 8월 13일)

웃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대방을 공격하라. 공격하면 웃긴다. 성격/똥배/지능/성적/목소리/걸음걸이/학교/직장/무다리/대머리/음치/독신/결혼/애 셋 등등 공격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동해물과 백두산처럼 마르고 닳지 않는다.

자,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상대방의 모든 것을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의 공격은 다 인신공격이다. 다시 한번 인/신/공/격! 엇, 뜨거라. 말만 들어도 이거 어쩐지 조심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공격! 이거 잘못하면 연인들은 찢어지고, 국론은 분열되고, 토론은 개판이 되고, 한여름에 폭설이 내리고, 세상의 모든 게들이 똑바로 걷기 시작한다. 이거 잘못하면 될 일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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