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사진찍기

김윤기 (글, 사진), <<내 멋대로 사진찍기>>, 들녘, 2004

내 멋대로 사진을 찍는다하여 아무렇게나 찍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 찍는다는 거다.

“달리는 말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가정해보자. 말이 달리는 동작은 유연한 연속적인 형태의 흐름이지만 그 가운데 유달리 멋진 자세들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AF 기능이 있는 카메라에 모터 드라이브를 달고 ‘주르륵’ 여러 장을 찍은 뒤에 그중에서 잘된 것을 고르는 것이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뉴얼 포커스(Manual Focus, MF) 카메라로 못할 것이 없다. 내 경우엔 이런 식으로 찍는다. 우선 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어떤 순간에 말이 가장 아름다운지 설명을 듣는다. 그러고 나서 말이 달리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 리듬을 익힌다. 그 다음 가장 좋은 배경을 찾고 거기에 말이 달려 들어올 때 말의 크기가 화면에서 얼마나 차지할지 고려한다. 그 거리나 위치를 잘 보고 나서 프레임을 결정해 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달리는 말이 그 위치에 들어올 때 셔터를 누른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 그대로 세 개의 단어를 기억하기로 했다.

집중력: “대부분 달랑 한 장만 찍고 만다. 여러 장을 찍는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력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몇 장 찍고 새로 좋은 각도가 보여서 더 찍는다면, 처음부터 자세히 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집요하게: “나는 거리를 맞추는데 무척 신경을 쓴다. 집요하게 맞추는 편이다.”

기다리다:“쫓아서 찍는 것이 아니고 기다려서 찍는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든 난사(亂射)하지 말 것.

모랫말 아이들

황석영(지음), 김세현(그림), <<모랫말 아이들>>, 문학동네, 2001(1쇄), 2002(6쇄)

대학 때 후배 하나는 기억력이 아주 뛰어났다. 가령 한 여자와 처음 만난 날, 마지막으로 만난 날, 두 번째 만난 날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의 색깔, 손에 들고 있던 책, 세 번째 만난 날의 요일, 같이 놀러간 장소와 본 영화, 삼일절에 둘이 같이 놀러갔던 곳과 그곳의 카페의 이름과 그 카페에서 마셨던 음료 등등을 그는 속속들이 기억했다. 나는 그에게 소설을 한번 써보라고 말해주었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기억하는 자이다. 이 책은 작가의 기억속의 모랫말 풍경이다. 모랫말은 지금의 영등포 어디쯤인 모양. 황석영은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삽화를 맡은 분의 그림을 보면서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의 기억을 재생하기에는 텍스트가 이미지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