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쑤시개론

직원 몇 명이 일과 후 소회의실에 모여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영어를 배우던 때가 있었다. 물론 강사초빙료는 회사가 댔다. 우리는 그저 영어만 배우면 됐다. Do I make myself clear? 아무려나 어느 날 어버버버한 수업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회식을 하러갔다. 회식자리에서 무슨 얘기 끝에 나는 장난삼아 이쑤시개를 뽑아 네이티브 스피커를 찌르려고 했다. 그는 기겁을 했다.

그날 내가 그 띨빡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하려던 얘기는 이렇다. 어떤 이에게 이쑤시개에 찔리면 따갑다고 말해주는 것과 그에게 이쑤시개에 찔린 따가움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이건 평소 내 지론이기도 하다. 입 닥치고 이쑤시개로 찌르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만약 술자리에서 내 반경 1m 안에 앉게 된다면 당신은 날 경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언제 미친 척하고 당신을 이쑤시개로 잽싸게 찌를지 모르는 일이니.

물론 내 카메라는 그 흔한 이쑤시개보다 못하다. 그러니 바르트가 말한 푼크툼punctum은 나에겐 기약없는 일일 터. 아무려나 내 사랑하는 이여, 오늘 아침에 내가 찔린 안개로 당신을 푹 찌를 수만 있다면. 오, 신이시여.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 불쌍한 따위에게 이쑤시개 열통만 선물하소서. 아무튼 이 글의 결론: 이쑤시개에 찔리면 따갑다.

p.s.
어떤 비싸게 굴던 사이트 회원가입기념으루다가 함 써봤다.

육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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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50mm 1:1.4f, ILFORD DELTA 400

알아요 당신
나, 이미 시들었어요
아주 바싹 말랐지요
이제 곧 바스라져
가루가 되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나, 한 때는 푸르른 초록으로 터져올랐으니
그리고 내 아슬아슬하던 뇌관을 건드려준 건
당신이었으니

겨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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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50mm 1:1.4f, ILFORD DELTA 400
사진 클릭하면 혹시 큰 사진이 보일지도…
아, 스캐너에 묻은 왕먼지를 어쩌면 좋아. 스캐너를 확 뽀샤버려든지 해야지…

허걱,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겨

미니홈피 순회중. 여기는 첫번째 경유지. 지금부터 똑 같은 메시지로 내가 아는 미니홈피들 죄다 순례할 예정. 겨울비는 오고, 아내는 돌잔치 가고, 낮잠도 안오고, 심심하고, 심드렁하고

위 내용을 말 그대로 내가 아는 미니홈피를 샅샅이 돌아다니며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CTRL + V로 방명록에 도배를 하고 돌아다녔다. 걱정된다. 용서를 빈다. 암튼 행여 빠진 곳이 있는 지 확인해봐야 겠다. 삐질테니. 그래도 행여 누락된 사람은 댓글로 미니홈피주소를 알려주시압! 근데 회원아니면 방명록을 못쓰게 해놓은 불량한 사람들이 있더라.

들리는 곳마다 첫번째 경유지라 해놓았으니 다들 감동 먹을 것이다. 물론 금방 뽀롱 나겠지만. 이건 다 겨울비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