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가

─ 이 영 광

나는 아니야, 하지만
너도 아니니까 잘 가
우리 다시는 마음 열지 말자

을지로에서 한 잔 종로에서 두 잔
마시고 욕하고 외면한 다음
여기 안암로터리
돌아서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그도 결국 혼자였음을 알려준다

넌 이제 아무도 없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잠그겠지
홀몸이므로
얼마나 오래 불타야 할까

이봐, 홀몸이란
자기 속으로 숨어버리는 몸 아닌가
숨을 곳을 찾는 몸 아닌가

이봐, 몸을 떠난 내 목소리 안 들려?
몸이 떠나버린 혼잣말 안 들려?

나 또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돌아서면서
나의 집, 그 텅 빈 응급실에
병 걸린 사람처럼 눕기 위해
돌아가면서

─창비시선 226 <<직선 위에서 떨다>>
Posted in 블루 노트.

0 Comments

  1. 혹시 여기서 이 시를 읽고…
    어떤 시집인가 궁금하여…
    ‘직선 위에서 떨다’를 구입하신 분께는…
    시인의 자필 사인을 받아드리겠슴다…
    원하신다면…
    시인과의 대화, 즉 술자리를 주선해드리겠슴다…

  2. 하하. 이 시집 좋은데. 쩝. 요즘 세상에 누가 시를 읽나? 핑계 김에 “직떨 번개” 한 번 하던지…시집 증정식을 겸한…내 것도 그때 주시면 고맙겠수다래.

    난 지금 애 셋 데리고 놀이터 가서 한 참을 놀다 왔다우. 사모님은 집에서 푸욱 주무시구…

  3. 혹시 걸식님이 쓰신 시집인지요?
    그리고 따위넷은 오늘도 춥습니다요…업뎃도 안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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