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프(Tarp)는 원래 Tarpaulin 즉, 방수천을 의미한다. 흔히 짐칸이 방수천막으로 되어 있는 트럭을 탑차라고 하는데, 여기서 탑차란 타프를 설치한 차량(Car)을 의미한다.”
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 <<푸르른 틈새>>, 문학동네, 2007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타고 난 뒤에─아마도 이때다 하면서(어디 가겠는가? 나의 시니컬이)─ 재발간 된 소설책, 하여 1년여를 보관함에 담겨 있다가 얼결에 장바구니로 옮겨와 기어코 배달되어 온 책. 읽다 보니, 뭐야 이거 성장소설아냐?, 싶어 그제서야 뒷표지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젊음의 슬픔과 방황, 그 소진과 성숙의 의미를 독특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어쨌든 읽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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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자고 일어난 휴학생 딸과 “낡은 소파에 누워 있던 아버지”가 “아버지, 라면 끓일까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낮술 하는 장면만 따로 떼어 단편 영화 하나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슬픈데 코믹한 영화.
“그러엄! 이기 말하자문 전골이라, 전골, 라면전골이라.”
아버지는 꿀꿀이죽처럼 잔뜩 풀어진 라면냄비에 숟가락을 꽂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오오, 라면전골. 그렇군요”
굴과 계란이 든 라면을 먹으며 아버지와 나는 자기 몫의 소주 한 병씩을 마셨다. 아버지와 나는 대화에서도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라면냄비와 소주병을 나누었듯 아버지와 나는 대화에서도 각자의 몫을 독백했다. 아버지는 당신만의 울분을 큰 소리로 토로했고 나는 나만의 상념을 중얼중얼 주워섬겼다.
“아……. 눈을 뜨자마자 소주를 마셔도 되는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신자유주의
데이비드 하비(지음), 최병두(옮김), <<신자유주의>>, 한울, 2007(초판1쇄), 2008(초판3쇄)
“아빠, 근데, 응, 옵저버가 클로킹을 찾아 내잖아?”
“어려운 말로 디덱트라고 하지. 그런데?”
“근데, 응, 저그족은 오버로드가 그렇고.”
“그런데?”
“응, 그러면 테란족에서는 뭐가 클로킹을 디텍트 해?”
“미사일 터렛!”
“미사일 터렛?”
“응”
“아싸!”
일곱살 아들녀석에게 스타크래프트나 가르치면서, 옛날 말로 음풍농월, 안빈낙도, 가렴주구, 아 이건 아니구나, 독야청청, 팔도유람! 뭐 이런 거나 하면서 살아보려는 내게 세상이 자꾸만 어려운 책을 읽으라고 시킨다.
어쩔 수 없다. 읽어야지. 나와,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저 일곱살 아들녀석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모든 종류의 공적 사업들(물, 원격통신, 교통), 사회복지 제공(사회주택, 교육, 보건의료, 연금), 공적 기관들(대학, 연구실, 감옥), 그리고 심지어 전쟁(이라크에서 정규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민간 용병 ‘군대’에서 예시되는 것처럼)도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물론 그 너머에 있는 곳(예로, 중국)에서도 어느 정도 민영화” 되었거나 될 세상이니까.
“오늘날 수사(만인의 이익)와 실제(소수 지배계급의 이익) 사이 괴리의 확대는 매우 확연하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선진화 대 민영화, 4대강 정비사업 대 대운하 따위처럼 “수사와 실제 사이(의) 괴리”를 지켜보는 재미가 씁쓸하겠기 때문이다.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 밤에도 촛불이 바람에 스치운다
세계화?
토머스 슈뢰터(지음), 유동환(옮김), <<세계화?>>, 푸른나무, 2007
오늘의 사태 또한 한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그 과정은 오래 전에 시작되어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막아내기 힘들다는 것, 그러니 당해도 알고나 당하고 되도록이면 천천히 당해야 한다는 것, 저항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 그러자면 대가리 속에 뭐라도 자꾸 쑤셔넣어야 한다는 것,